둔촌주공에 장위자이레디언트마저 미분양 발생
규제완화에 보증지원 등 백약이 무효, 고금리 영향
전문가들 “올해 분양시장,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보수적으로”

'장위자이 레디언트' 조감도. 사진. GS건설
최근 강북권에 분양된 GS건설 시공 재개발 단지 '장위자이 레디언트' 조감도. 사진. GS건설

[데일리임팩트 최지호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등 불투명성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한국 부동산 1번지로 꼽히는 강남에 최근 분양된 단지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마저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 규제완화와는 별도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올해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정당계약 마감 결과 계약률은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분양 4786가구 중 1400여 가구가 계약이 불발된 것이다. 특히 1인가구 증가 추세에도 전용면적 39㎡·49㎡ 등 소평형대 계약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파트, 특히 강남 브랜드 단지는 조기완판이 확정적이었던 기존 분양시장 공식이 무너진 것이다. 더욱이 둔촌주공 단지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며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 내로라 하는 건설사들이 연합해 국내 부동산 핫플레이스 강남 4구 중 한 곳인 강동구에 시공한 곳이다.

‘강남불패’ 추락은 이미 지난 2022년 12월 청약 때부터 예고됐다. 당시 1·2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평균 5.5대 1에 그쳤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지속에 집값 대출에 부담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3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을 없애고 중도금 대출 규제도 풀었다. 둔촌주공 미분양을 우려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직접 나서 7500억원 규모의 분양 보증을 서주는 전대미문의 지원사례까지 나왔다.

심지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측은 실계약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통상적으로 3일에서 4일인 정당계약 기간을 2주일로 늘리는 초강수까지 뒀다. 그럼에도 결과는 전무후무한 강남 브랜드 단지 미분양 발생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는 2월 중으로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도 미계약이 발생하면 오는 3월 초에 무순위 추첨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이 고전할 정도인 만큼 사정은 강북도 마찬가지다.

GS건설이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해 강북권 대장 단지로 떠오른 장위자이 레디언트’ 실계약률은 일반분양 1330가구 가운데 59.6%에 그쳤다. 이에 GS건설 측은 지난 10~11일 잔여물량 537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그나마도 잔여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추가 무순위 청약이 예정된 상태다.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지난해 12월 진행한 1·2순위 청약 평균경쟁률 4.69대 1에 그쳤다. 수년 동안 10대 건설사가 시공하는 브랜드 단지의 경우 강남은 10대 1을 가볍게 웃돌고 강북도 그에 준하는 경쟁률을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서울 강남과 강북 브랜드 대단지 미분양 발생 원인은 역시 고금리에 따른 거래절벽 장기화로 분석하고 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장기간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금리 부담이 큰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실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브랜드 신뢰도 및 역세권·학세권·숲세권이라는 입지 혜택이 무의미해지고 가격경쟁력이 주택거래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둔촌주공과 장위자이레디안트 미분양도 그 예다.

예컨대 둔춘주공단지 ㎡당 가격은 3829만원이다. 소위 ‘국민평형’인 전용 84㎡형 기준으로 둔춘주공 가격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형성된다. 옵션비용까지 추가되면 14억원은 거뜬히 넘어간다.

그러나 강동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인근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지난해 11월 초 기준으로 전용 84㎡형이 13억9000만원대에 거래됐다.

둔촌주공이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로또아파트’로 불리기에는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못된다.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경우 최소 6억5000만원의 매매가를 형성한다. 이 또한 인근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매매가(최소 5억4000만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성북구는 지난해 아파트값 내림세가 가팔랐고 단지의 분양가도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더 좋은 조건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무순위 청약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입지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다”라며 “가격 경쟁력이 분양 승패를 가르는 핵심인데,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주변 시세보다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건축 단지 분양을 기점으로 설 이후 올 한 해 내내 거래절벽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의 불확실성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시장관망 분위기는 지속되고 매매 등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상태”라며 “이제 서울 청약시장 미계약은 변수가 아닌 만큼 청약경쟁률 하향평준화에 미계약·미분양·무순위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 분양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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