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새해도 거래절벽 지속 전망
“누가 빚내서 집 사나”…건설사 주력 주택업 불안
외부변수 어찌 못해…유동성·안전 관리 총력뿐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지호 기자] 2023년 새해 건설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10대 건설사들의 주력인 주택사업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부터 유지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수요자들이 부동산 구입을 꺼리고 있다.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불투명성이 짙어지니 분양 시장은 침체된다. 선분양이 대다수인 건설사들은 아파트 등을 짓기 위한 금융대출도 버거워진다.

물론 건설업계는 수년 전부터 주택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초기 투자단계인 만큼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인가를 확장하기보다는 위기관리에 치중해 기초체력을 쌓아둬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부동산 1번지’ 강남 아파트마저 악전고투

올해 부동산 시장은 한국 부동산 1번지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전체적인 침체기가 예상된다.

집값 동향 추이를 떠나 부동산 시장 기본지표가 되는 거래량부터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일 기준 2022년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량은 단 63건이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다. 집값 광풍이 일었던 지난 2018년만 월평균 거래량만 200건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대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또한 영향을 받은 결과가 부동산 거래량 급감이다. 대출받고 매매 및 전세거래가 부담스러워지다 보니 수요는 월세로 몰렸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 거래량은 2011년 관련통계 작성 후 최대치인 25만670건에 달한다.

‘강남불패’라는 용어도 무의미해졌다. 지난해 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청약접수 결과 1·2순위 평균경쟁률은 5.45대 1로 나타났다. 기존 10대 1을 거뜬히 넘어온 강남 대단지 청약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최근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로 다소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지만, 자금 조달을 위한 실계약률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강북 대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GS건설이 서울 성북구에 공급한 ‘장위자이 레디언트’ 1·2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4.69대 1로 그쳤다.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경우 정당계약 기간 동안 계약자를 다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 공급을 하기도 했다. 실계약률은 60%가량에 그쳤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부동산 플레이스 서울도 사정이 이러한데 올해 지방 분양 상황은 볼 것도 없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물론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대출제한 완화 및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정책을 쏟아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만큼 당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적어도 하반기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현재처럼 정책 변화가 곧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할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언젠가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대비해 여러 규제요인을 조정해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주택거래보다는 기준금리 및 대출정책 동향 등 시장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유주택자보다는 무주택자 또는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계약 여부에 따라 올해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가 될 서울시 둔촌동 소재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투시도. 사진.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실계약 여부에 따라 올해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가 될 서울시 둔촌동 소재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투시도. 사진.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대형 건설사도 ‘비상경영’ 준비 분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도 연초부터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위주로 신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국내 주택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외부변수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극한의 절약 및 기업체질 개선 등 ‘짠물경영’을 예고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라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투명성과 윤리의식에 기반한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라고 주문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도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고 빈틈 없는 사업관리로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교토삼굴’이라는 말처럼 이중삼중으로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라며 올해 키워드로 수익성·핵심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도 “사업구조를 개편해 운영사업 등 고정수익 창출과 우량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현재는 자금조달이 원활해졌으나, 당시에는 업계 최장수 CEO가 유동성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자금 융통이 생명인 주택사업에서 10대 건설사조차 PF 조달 논란에 시달렸다는 것은 업계 전체적으로 위기가 만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무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완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건설사들은 사업구조상 중대재해처벌법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며 “재무관리도 힘든데 기본이 되는 안전사고까지 발생할 경우 법에 따라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지속성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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