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소액주주 주주제안 안건 매년 늘어나
주요 안건은 배당확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KT 등 소유분산기업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관심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주주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주주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의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가치 제고 관련된 안건들이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들어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이 활발히 나타나면서, 실제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다수의 해당 주주제안건이 과연 주총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를 시작으로 기아(17일) LG디스플레이(21일), 현대모비스(22일) 등이 차례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정기주총의 관심사는 행동주의펀드의 목소리가 얼만큼 주주들에게 어필될지의 여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과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주주의 공개적인 요구를 받은 기업은 총 47개사로 2021년 27개,  2020년 10개사에서 매년 증가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주총에서의 주요안건은 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관련 안건이 많았다. 지난 2022년 주주 제안을 통해 상정된 안건들은 이사 및 감사 선임(24%), 배당(19%), 정관변경(14%), 사외이사 선임(10%), 자사주 매입(5%) 등이었다.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 예고된 주주제안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관련 건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활발...소액주주 잡는다

우선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올린 6000원으로 책정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결산 배당으로 2021년 대비 3배 수준인 보통주·우선주 1주당 자사주 0.033주의 현물 배당을 결정하고 이를 주총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LG는 주당 2800원(보통주 기준)이던 연말 배당금을 200원 늘린 3000원(우선주 3050원)으로 할 예정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대한항공은 4년 만에 주당 750원(보통주 기준)의 주주 배당을 하는 안건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도 전년보다 42% 늘어난 주당 10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하는 안건을 각각 상정한다.

자사주소각 안건도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이다.

삼성물산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5년 내 분할 소각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자사주 1500억 원 규모를 매입하고, 매입분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자사주 우선주 403만 주(약 864억 원)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풍산홀딩스도 발행 주식 수의 4%, 자기 주식 수의 50% 수준인 자사주 41만 1000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현대차, 포스코케미칼 등 일부기업은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변경하는 안건도 주총에 상정한다.

행동주의 펀드·소액주주 주주 제안 확대

올해 주총에서 또 다른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앞서 언급했듯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 제안이다.

실제로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에스엠과 얼라인파트너스, KT&G와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안다자산운용 등 7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관전 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FCP 측 사모펀드는 KT&G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안한 분할계획서 승인과 이사 선임 등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고, 안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증원과 후보 4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접수했다.

SM의 정기 주총 안건에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요구한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주주 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에 배당성향 제고 등을 주주 제안했고,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도 KISCO홀딩스에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연대해 주주 제안에 나섰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사측의 물적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물적분할은 저지했지만 여전히 지주사 전환 문제가 잔존하고 있다며 회사와 소통 창구마련 차원에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 중이다.

광주신세계 소액주주들도 광주신세계의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발생한 주주 권익이 침해됐다며, 배당확대와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2가지를 제안했다. 

국민연금, KT 등 소유분산기업 의결권 행방도 관심

이밖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방도 세간의 관심사다. 최근 KT와 신한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강조한 바 있어, 이들 기업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과정과 방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KT와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로 있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의 최고경영자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면서 임원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 안건이 올라올 전망이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 주총안건의 경우 총수 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의 주주제안보다 소액주주, 펀드 등 일반 주주가 제기하는 주주 제안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투자자 권리 보호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에 향후 지배구조 개선 관련 목소리와 주주관여 활동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