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전자투표 진행…3주 사이 돌발변수 가능성 존재
사외이사·계열사 대표 내정자 줄사퇴…대주주도 부정적 태도
검찰, 전·현직 CEO 관련 의혹 수사…시민단체도 반대여론전
글로벌 의결사 찬성 권고…57% 소액주주 설득 여부 주목

KT 사옥. 사진. KT.
KT 사옥.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윤경림 후보는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다.”

KT 이사회가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띄우기에 나섰다. 주주총회를 앞둔 여론전이다. 

KT는 새 대표 선임을 놓고 먹구름이 끼었다. 대통령실과 여당 등 정치권은 불만을 드러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윤 사장의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태세다.

KT와 윤 사장이 기댈 곳은 지분의 절반 이상을 쥔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투자자 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 찬성을 권고해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투자자의 결집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KT를 향한 외압이 도를 넘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받는 KT가 마지막 관문을 위해 부적절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찬반 표 대결 서막…지분 57%의 향방은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KT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KT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활용 중이다. 주총이 평일 오전에 치러지기에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투표 참여율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1년 4.34%에서 지난해 19.3%로 치솟았다. 올해 전자투표는 참여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자투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보장 이상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온라인 상에 ‘윤 사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이 다뤄질 예정인데, 이 가운데 핵심 안건은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꼽힌다.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 중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주요 주주들이 쥔 KT 지분율을 보면 국민연금 10.12%,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이다. 다만 주요 주주들이 윤 사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대표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현대차그룹, 신한은행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대주주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KT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주주 가운데 확보한 찬성표는 0인 셈이다. 

 KT의 소액주주현황.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KT의 소액주주현황.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변수는 있다. 주요 주주들보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더 높다. KT 지분의 57%은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투자자를 얼마나 우군으로 확보하느냐다. 소액주주들은 KT 측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소액주주들은 온라인에 KT 주주모임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세 결집에 들어갔다. 해당 카페 회원들이 보유한 KT 주식은 339만5000주로 약 1.3%다. 이들은 지분 2%(500만주)를 확보, 윤 사장 선임에 함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카페에는 전자투표 인증샷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도 윤 사장 선임에 찬성한다는 글들도 이어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집단 행동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심점 없이 개개인의 자유의사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속된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동조하려 실제와 달리 찬성표를 던졌다고 할 수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단기 수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소액주주들에게 경영 성과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지난해 주가가 90% 상승해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개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외압 논란으로 주가가 떨어졌으니, KT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움직일 카드도 생겼다. 57%의 지분 중 외국인 투자자 보유분은 43% 가량이다. 이날 글래스루이스는 KT 투자자들에게 윤 사장을 차기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는 외국인 투자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기준 5% 이상 지분을 지닌 외국계 투자사로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티로우 프라이스,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가 있다. 티로운 프라이스는 주주명부 폐쇄일 당시 약 2~3%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측되고, 실체스터는 5.07%을 들고 있었다. 외국계 투자사는 투자금 회수에 관심이 많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실적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법적 문제 자체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체스터는 지난 2020년 KT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 역대급 매출을 낸 KT를 지지할 수 있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사진. KT.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사진. KT.

안심은 금물…불확실성 고조

우호적 기류가 형성됐다고 해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자투표는 주총 전날인 30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3주 사이 돌발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KT가 말썽의 소지를 만든 게 자충수로 돌아올 수 있단 얘기다. 

KT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계승자이자 구현모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 사장을 낙점하면서 KT는 디지코 정통성을 강조했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이 윤 사장에 대해 ‘검증된 인재‘라며 주주가치 부양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공언했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활성화 하겠다고 했다. CEO의 전횡이 벌어질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지배구조개선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CEO 선임 방식과 이사회 구성 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KT도 주총 소집 공고를 정정하면서 ‘윤경림 후보는 대표이사로 선임 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KT 이사회의 전적을 보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KT 이사회의 찬성률은 99.83%에 달한다. 64개 안건 중 반대 또는 기권을 한 경우는 모두 6회에 그친다. 안건 중에는 클라우드 분사, 대표이사 후보 심사 같은 중요 경영 현안이 다수 포함됐다. 심지어 CEO 보수 산정을 놓고는 평가보상위원회의 판단을 뒤집기도 했다.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던 셈이다. ”지배 주주가 없고 주주구성이 소액주주들로만 구성된 관계로 이사회가 일단 구성되면 소유권에 근거한 견제가 쉽지 않다”(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게다가 KT는 헛발질을 했다.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지냈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임 고문은 지난 10일 KDB생명보험 대표로 내정에 앞서 KT에 사의를 표명했다. 익명의 요구한 경영계 인사는 데일리임팩트에 ”전직 관료에 대한 사외이사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복수의 기업에서 활동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여당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친윤 인사를 기용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던 계산이었던 것 같다. 이런 KT에 임 고문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윤정식 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자마저 물러났다. 새 대표 체제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이탈이 이어진 것이다. KT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했다는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주총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연 좌담회에서 KT에 대한 스투어드십 코드를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주총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연 좌담회에서 KT에 대한 스투어드십 코드를 주장했다. 

KT를 더 곤혹스럽게 하는 건 사법리스크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사장를 검찰에 고발했다.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줘 비자금을 조성하는 한편,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 또 구 대표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그룹에 넘기는 데 기여한 윤 사장이 KT에 재입사했고, 구 대표는 현대차에 보은 차원으로 지급 보증을 서줬다고도 했다. 윤 사장은 2019년부터 현대차에서 TaaS 사업부장, 오픈 이노베이션 스트래티지 사업부장으로 일하다 2021년 9월 KT에 다시 합류했다. 이 외에도 KT의 5개 호텔 사업이 연간 적자가 300억 원에 달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결탁해 이익을 분배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직원들을 동원해 주요 경영 자료 등을 삭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KT는 반박자료를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계열사의 관리업체 선정이나 일감 배분은 평가에 따라 이뤄졌고 구 대표가 지급 보증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KT가 소유한 호텔의 수와 매출도 정의로운사람들의 주장과 차이가 있을 뿐더러, 향응과 접대를 한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이터 삭제 의혹 역시 “임원회의를 통해 관련 자료를 숨기려는 시도가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오해를 살 행동을 말아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윤경림 사장은 전문성을 지닌 인물로,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는 사업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KT의 해명과 달리 검찰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구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에 따라서는 CEO가 줄줄이 사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윤 사장 선임 반대 여론전도 펼쳐지는 중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은 ‘KT CEO 리스크에 대한 대안은 국민적 기업지배구조를 짜는 것’이라며 자사주·상호주 시정, 권고적 주주제안을 요구했다. KT는 자사주 보고 의무를 신설하고 상호주 취득 시 주총에서 승인을 거치도록 정관을 바꾸기로 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KT는 주가 부양에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KT 주가는 주당 2만9250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1.68% 하락했다. 3만원대 선이 붕괴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강해졌다. 개미들의 세 규합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학계에서도 정부·여당의 파상공세가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내부에서 검증된 인물을 임명하는 과정에 주주도 아닌 사람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월권적 행위이자 비정상적인 상황“라며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주주들이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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