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운용펀드 통해 의안상정 가처분 소송 제기
KT&G는 적법성 문제로 '주주제안 주총 미상정
소액주주·국민연금 표심 우려했다는 해석도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KT&G가 행동주의펀드에서 요구한 일부 주주제안을 '적법성' 이유로 반대한 가운데, 행동주의펀드가 KT&G 상대로 낸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행동주의펀드 활동에 동조하는 소액주주들과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을 의식해 KT&G가 관련 사안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27일 KT&G에 따르면, 최근 플래쉬 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FCP)가 운용하는 펀드인 아그네스·판도라셀렉트파트너스·화이트박스 멀티 스트레티지 파트너스가 낸 안건 가운데, 인삼공사 인적분할과 자사주 매입 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FCP는 현재 KT&G 지분 약 1%를 보유하고 있다. FCP는 지난 1월부터 KT&G에 인삼 공사의 인적분할 상장, 차 전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을 올해 정기주주총회 의안 상정을 위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KT&G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자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대전지방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다.

FCP, "인삼공사, 담배사업 분리 해야" 고수

앞서 FCP는 KT&G에서 KGC인삼공사 주식을 100% 보유한 지주회사(분할신설회사)를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FCP는 분리 상장 이유로 "담배와 인삼은 다른 사업이고 기업 분할이 완료되면 약 4조원의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상장된 주식은 KT&G 지분율 그대로 현 주주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담배 투자를 금지하면서, KT&G의 자회사로 존재하게 되면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FCP는 인삼공사 인적분할 이후 차석용 전(前)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前)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의 이사회 선임도 요구했다.

나아가 △주당 배당금 1만원 △주당 자사주 매입 1만원 △자사주 소각 △자사주 소각 결정 방식 관련 정관 변경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관련 다양한 사안을 제안했다.

FCP측 관계자는 "만일 KT&G가 주주 제안을 안건 상정하면 가처분을 취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법령 및 정관상 적법하지 않아"

KT&G는 FCP가 제안한 안건 중 특히 KGC인삼공사 인적분할과 자사주 매입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 두 가지가 법령 및 정관상 적법한 주주 제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KT&G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한 주주 제안 안건은 주주권을 존중해 모두 상정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관련 법령에 비추어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한 점과 그 이유에 대해 제안 주주 측에 상세히 안내했다”고 말했다.  

앞서 KT&G는 KGC인적분할 반대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표했다. KT&G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인적분할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새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KT&G는 인적분할을 통한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이 주주 가치 제고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리 상장 시 농가 협업 노하우, 면세점 공동 교섭력, 해외 네트워크 활용 부분등 양사 시너지와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양사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단은 오는 28일 심리가 진행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정기주총에서 회사가 제안한 안건과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안건에 대한 표결이 각각 진행된다.

이례적 '적법성' 거론, 소액주주·국민연금 의식?

투자업계에서는 KT&G가 적법성을 이유로 인적분할과 자사주 취득 관련 주주 제안을 거부한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한 의결권 자문기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 제안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에 어긋난다면 이사회에서 거절할 수 있다"며 "다만 과거 인적분할과 자사주 매입을 두고 적법성을 놓고 주주 제안을 거절한 케이스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FCP가 제안한 KCG인삼공사의 인적분할과 주주환원책에 동조하는 주주들을 우려해 반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KT&G 투자자는 "배당 1만원과 자사주 매입은 꼭 필요하다"며 "FCP에 위임장 몰아주자"고 언급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KGC인삼공사가 분할되면 ESG 투자하는 기관과 외국인 관심이 늘어 저평가에서도 벗어 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투자자인 기관투자자들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FCP가 요구한 배당 정책 변경 등은 주총 특별결의요건(66.7%)에 해당해 기관투자자의 표심이 특히 중요하다.

KT&G의 주요 주주는 2022년 9월 기준으로 국민연금(7.44%),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7.1%), 중소기업은행(6.9%) 등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최근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구 대표를 확정하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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