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분으로 인삼공사 분할상장 등 과감한 주주제안
기관·소액주주 지지 못 얻어..6개월간 주가 10% 하락
과도한 주주환원·경영간섭, 기업 장기성장 저해 비판도

[편집자주]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연 돋보인 건 행동주의펀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KT&G,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등 주주가치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의 주총 현장에 등장해 대주주와 경영진을 성토하고 주주의 몫을 요구한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시장에서는 'K 행동주의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주총장 습격사건'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찻잔속 태풍'이 되고 말았지만 시장에 남긴 족적은 적지 않습니다. 우선 K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으로 후진적 지배구조로 대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선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봤다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로 눈돌리고 있는 국내 2030 투자자의 발길을 국내로 유턴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옵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이들 K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을 6차례의 기획기사로 정리했습니다.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1%의 기적은 없었다. 안다자산운용(이하 안다운용)이 KT&G에 요구한 배당확대·자사주 매입·사외이사 증원 등의 주주 제안은 표 대결에서 부결됐다. 안다운용의 완패. 박철홍 안다운용 ESG투자본부 대표가 주총현장에서 "민영화된 국영기업의 외부 영향력을 막으려면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돼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기관과 소액주주들은 사측 손을 들어줬다.

# 안다운용이 제안한 '한국인삼공사 분할상장' 건은 이번 주총에서 아예 다뤄지지도 못했다. 안다운용은 KT&G 자회사인 인삼공사를 분리해서 상장하면 4조원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며 주총 안건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KT&G가 이를 무시하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률에 위배되거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안다운용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안다자산운용은 1% 지분을 지렛대 삼아 '골리앗'인 KT&G에 맞섰다. 주주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주총 전까지 활발한 여론전을 폈다. KT&G의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과 한국인삼공사 분할상장과 같은 파격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이 과도한 경영간섭이며, 주주환원 수준도 장기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주활동 기간 KT&G 주가도 하락해 시장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성향 높은 KT&G를 타깃으로 잡은 게 잘못"이란 해석도  

안다운용이 본격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선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당시 KT&G에 인삼공사 분할상장,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와 사업구조 전환을 제안했다. 제안 배경엔 KT&G 주가가 10년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됐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안다운용은 KT&G내 쌓인 약 4조7000억원의 현금성 및 투자 자산을 겨냥해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안다운용이 요구한 배당은 7867원. 반면 KT&G는 전년대비 200원 늘어난 5000원을 제안했다. 안다운용은 또 담배사업과 함께 있어 저평가됐다며 인삼사업의 분할상장을 요구하면서 이를 추진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2명 더 늘리자는 안건도 제안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하지만 KT&G는 반대했다. 특히 인삼공사 분할상장에 대해 상장후 기대이익이 현시점에서 불투명하고, 인적분할과 주주가치 제고 사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인삼공사 분할상장 건은 주총 안건에 넣지도 않았다.

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견해차도 컸다. KT&G의 배당은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데 이를 3배로 늘리라는 안다운용의 요구는 과도하다는 게 KT&G의 주장이었다. 실제 KT&G는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고, 배당성향도 높은 편이다. 2019년 4400원, 2020년과 2021년 4800원에 이어 2022년에는 5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특히 2021년의 경우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15.5% 감소했는데도 배당금을 유지했다.

소액주주 60% 넘어 치열한 표대결 양상...국민연금이 결정적 역할 

안다운용과 KT&G는 주총에 앞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표를 모으기 위한 언론전을 전개했다. KT&G의 경우 주주 60% 이상이 소액주주라는 점에서 이들의 표를 얻기만 하면 안다운용에게도 승산이 있는 게임이었다. .

그러나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총을 앞두고 KT&G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KT&G가 제안하고 추천한 주당 5000원 및 사외이사 후보 안건이 장기투자 관점에서 적합하다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나오자 소액주주들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총에서 안다운용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비록 안다운용이 패배했지만 성과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인삼공사 분할상장 등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다만 소규모 지분으로 과도한 주주제안을 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행동주의펀드가 아니라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행동주의펀드가 악덕기업을 질타해 부를 소액주주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라고 여기는 주주들도 있다“며 ”그러나 투자 등을 위해 유보금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빌런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업 IR관계자는 "제조와 유통업 등 장기 경영 성과를 추구하는 업종에서 과도한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단기 환원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은 미래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진 않다"며 "정부에서 이 같은 주주제안 허용선을 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차등의결권 및 포이즌필 제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연대행사 금지, 대량보유 신고제도 강화 등이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펀드 수익률을 고려해야하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파악하면 안된다”면서 “다만 기업의 장기성장이 아닌 펀드의 단기수익만 쫓는다면 장기적인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어떤 운용사인가?

안다자산운용은 2011년 설립된 올해 12년차 국내 자산운용사다. 지난 19일 기준 운용규모(순자산총액+평가액)는 1조67억원, 운용 중인 펀드는 40개이며 이 가운데 대표적인 행동주의펀드는 안다ESG 1호 펀드, 안다 ESG 2호 펀드다. 

안다운용의 지휘봉은 최권욱 회장이 쥐고 있다. 최 회장은 41.6%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일 뿐 아니라, 1999년 코스모투자자문을 창업해 업계 1위 자문사로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 자산운용 영역별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박의현·박형준·다니엘페레즈 3인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자산운용부서는 헤지펀드·주식운용·대체투자·ESG 등 총 4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다운용의 행동주의펀드 특징은 '지배구조 문제가 없는 저평가 기업'이 타깃이라는 점이다. 이는 오너 일가의 횡포, 내부거래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개입하는 여타 행동주의 펀드들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안다운용이 주주활동에 나섰던 KT&G와 SK케미칼 모두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인색한 편은 아니나, 동종업계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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