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진 85% 교체, ‘규모도 축소’
‘교수직 편중‧여성인사 배제’ 편향성은 여전한 숙제
이사회 적정성 검사 예고한 당국 권고는 ‘공염불’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진 개편 등의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진 개편 등의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진 개편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간 문제로 지적돼온 ‘교수 편향성’ 그리고 여성 사외이사에 대한 ‘유리 천장’ 기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와 달리 임기 종료가 예정된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연임을 포기하거나, 아예 사외이사진 규모를 축소하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의 소위 ‘관치 기조’에 발 빠른 대처를 보이기도 했지만, 사외이사진에 대해 제기된 근본적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직접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의 다양성 확보를 사실상 권고한 상황에서, 이번 사외이사진 개편 방향성이 당국과 정면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업권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계 최초 여성사외 이사 비율 50%를 달성한 기업이 나오는 등 이전보다는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임박한 정기주총 “현안은 무엇?”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정기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주요 안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3일에 주총을 개최하고 이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오는 24일 순차적으로 주총을 연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수장이 바뀌는 사실상의 데뷔무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각 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조용병, 손태승 전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각종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됐다.

각 지주 계열사의 신임 수장들에 대한 선임도 확정된다. 특히, 임종룡 체제 출범에 앞서 진행된 우리금융 내 계열사 인사에서 선임된 우리은행을 포함한 7개 계열사의 신임 CEO 선임 또한 이번 주총에서 확정된다.

주주총회에서 공개될 주주환원 정책 또한 관심사항이다. 물론 상당수 지주사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30%대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최근 불거진 성과급 및 이자 장사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추가 주주환원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최근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행동주의펀드 이슈도 눈길을 끈다. 올 초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요 7개 은행지주에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다만,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얼라인의 제안을 실제 주주환원 정책에 비교적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총에서의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 제12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제12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 ‘연임‧규모 줄인다’

이처럼 다양한 주총 관련 이슈가 거론되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슈는 바로 사외이사진의 개편이다. 예년과 달리 큰 폭의 사외이사진 개편이 예상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사외이사진에 대한 사실상의 관리‧감독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단행되는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 금융지주사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이달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인원은 28명(85%)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5~6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사외이사진의 특성을 감안하면 연임이 예상됐지만, 앞서 언급한 금융당국의 압박을 고려해 대거 교체가 예정된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각 사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진의 주요 변경 사항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일부 금융지주사는 절반 이상의 사외이사를 물갈이하기로 했고, 또 일부사는 아예 사외이사진 규모를 축소해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우선 기존 11명의 사외이사 중 10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신한금융의 경우, 신규 선임을 하지 않는 대신 사외이사진을 9명으로 축소한다. KB는 임기가 종료되는 6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인 3명을 교체한다.

우리금융은 임기가 종료되는 4명의 이사 중 2명을 연임하기로 했다. 대신 2명을 신규 선임해 기존 7명으로 운영되던 사외이사진을 6명으로 줄인다. 하나금융은 두 명을 신규선임하면서 사외이사진 규모는 기존 8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진 변화는 앞서 언급했듯 금융당국의 압박의 여파로 해석된다. 당국은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본연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 역할에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 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시행할 것”이라며 “특히, 이사회 운영 및 경영진의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점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은 기존 총 33명에서 30명으로 3명 줄어든다.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은 금융권 사외이사진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은 금융권 사외이사진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다양성 확보는 여전한 숙제

하지만, 이 같은 사외이사진 개편 노력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사외이사진 구성의 문제로 지적돼온 ‘다양성 요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사외이사 개편에도 그간 문제로 제기됐던 ‘남성 중심’ 그리고 ‘교수 중심’의 편향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이는 금융당국이 앞서 권고한 사외이사진의 다양성 확보 요청 이후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다소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달 말 정기주총 이후 확정될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30명 가운데, 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0%(10명)에 달한다. 그간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진을 △업계 △ESG △디지털 △관료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수 출신 비중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간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온 금융지주사들이 보유한 디지털‧IT 전문 사외이사진은 각 사별로 1명꼴에 불과하다.

이번 신규 이사선임 과정에서도 유독 교수 출신 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4대 금융지주가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교수다.

KB금융의 경우 최근 추천한 사외이사 3명 중 2명(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이 교수였다. 최근 공개된 하나금융의 신임 사외이사 2명 또한 현직 교수(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각종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주도의 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업권의 선제 대응에 도움이 된다”며 “이밖에 이사회의 신뢰도 담보 측면에서도 교수 사외이사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교수 편향성 못지않게 여성의 사외이사진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또한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총 7명이다. KB는 기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에 이어 이번에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를 선임하며 총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첫 번째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기존 김조설, 윤재영 사외이사를 유임했고,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여성인 원숙연 교수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했다. 우리금융은 기존 송수영 변호사가 임기를 유지한다.

이처럼 지난해 대비 1명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체 사외이사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불과하다. 이는 평균 30~40%에 달하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도 다소 큰 격차다.

물론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사외이사 비중(18%)보다는 5%p 늘었지만, 이 역시 여성 사외이사의 확대보다는 전체 사외이사 수 감소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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