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주총 개최... 팹리스 분할 두고 표대결
전문성 vs 지분가치, 사측-소액주주 간 이견
팽팽한 대결 속 '2대주주' 국민연금 표심에 갈릴 듯

DB하이텍 부천 공장 전경. 사진. 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공장 전경. 사진. DB하이텍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소액주주연대와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 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DB하이텍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오늘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놓고 사측과 소액주주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7.94%)의 표심이 결과의 향방을 좌우할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DB하이텍은 경기도 본사 5층 대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DB하이텍은 이날 팹리스(반도체 설계 부문) 사업 물적 분할 건과 함께 15여 개 안건을 상정한다. 여기에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배당금 확대, 추천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건도 포함됐다.

DB하이텍, "분할 후 상장 안 해"... 팹리스 전문성 강화 목적

표 대결을 앞두고 가장 눈길을 끄는 안건은 '팹리스 사업 물적 분할' 건이다.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할해 100% 자회사 'DB팹리스(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다.

사측은 파운드리(제조)와 브랜드 사업(설계)의 구조 상 두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종합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함께 하면서 발생한 고객사(팹리스 기업)와 이해 상충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이해 상충 문제로 DB하이텍 팹리스 사업 부문은 범용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구동칩(DDI)으로 사업영역을 국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또, 팹리스 기업의 경우 설계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같은 팹리스를 운영하는 파운드리 업체에 반도체 일감을 맡기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사실,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은 지난해에도 추진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분할 신설 법인이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시켜 주주들 권익을 훼손하는 사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주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신설 법인을 향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며 일반주주 권익 보호책까지 공개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은 여전하다.

실제 DB하이텍은 주총 전일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분할 자회사는 상장 계획이 없다"며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또,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과 같은 당근책도 공개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2023년 주당 배당금을 배당 성향 10%에 해당하는 1300원으로 늘리고 향후 배당 성향 10%를 정책화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자사주 비중을 10%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15%까지 그 수준을 높여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지분가치 희석 우려.. 팹리스 물분 반대"

이 같은 사측의 구애에도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물적분할가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내건 '5년 간 비상장' 조건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상장은 주총 결의 사항이 아니므로 요건만 맞추면 향후 이사회 결정만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한 DB하이텍 주주는 "불가피한 상장의 경우 주총을 거치겠다고 하지만 안전장치가 충분치 않고, 5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기준도 의문"이라며 "주주 연대에선 물적분할에 대한 반발의 태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의 주요 주주(지난해 말 기준)는 △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5% △국민연금 7.94% 등이다. 1% 미만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가 전체 77%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이 이날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출석주주 3분의2,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반대표가 출석주주의 3분의1이 넘으면 안 된다.

'캐스팅 보터' 국민연금의 선택은

자연스레 사측과 소액주주측은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주주총회 출석률이 70~80%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국민연금은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점을 우려해 물적분할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국민연금은 과거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LG화학,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무조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철강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포스코는 분할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연금은 기업분할 목적과 방법 등이 주주 입장에서 이익되는지를 주로 고려할 것"이라며 "물적분할의 경우 포스코와 같이 명확한 추후 상장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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