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파월 매파 발언에 금리시장 ‘들썩’
한은 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 소폭 올라
금리인하요구권 등 실효성있는 대책 필요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주요 국가의 긴축기조 완화 시그널의 여파로 상승 기조가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됐던 기준금리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세계 기준금리의 사실상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기준금리가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소 사그라드는 듯 했던 ‘금리 포비아’가 다시 드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형,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폭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소 하락하는 듯 했던 은행채 금리까지 미국 긴축 우려에 반등하면서 금리인하를 권고한 금융당국의 개입마저도 실효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위적 금리인하 조치에 나섰다던 은행권의 가산금리조차 정작 오름세를 보였다는 통계까지 등장하는 등 금리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무리한 시장금리 개입 보다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 저금리 대환대출 등의 실질적 조치를 적극 개진하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다소 둔화되는 듯 했던 금리 오름세가 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등 퉁화정책의 핵심 변수인 물가상승률‧실업률 등 주요 지표는 여전히 완화추세에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에서 다시금 금리 인상의 고삐를 죌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긴축완화 시그널에 금리도 ‘화답?’

사실 올초부터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의 오름세는 다소 둔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로 동결하자, 시중은행들 또한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며 속도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연 4.85~6.37% 수준을 보였다. 이는 올해 초(1월 4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상단(8.11%) 기준 1.74%p 하락한 수치다.

특히 2월 기준금리 동결 전, 1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렸음에도 대출 금리는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기준금리와 함께 대출상품의 지표금리로 분류되는 코픽스도 하락했다. 지난 2월 발표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4.29%) 대비 0.47%p 하락한 3.82%로 집계됐다. 코픽스가 3%대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는 예금금리 인하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이를 통한 전반적 대출금리의 인하세가 영향을 준 것인데 금융업계에서는 다음 주 공개되는 2월 코픽스 또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금리 추세의 기저에는 긴축기조의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정책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세가 사실상 국내 기준금리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미국의 긴축 완화 시그널은 국내 금리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연준은 지난달 초 진행한 올해 첫 FOMC정례회의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미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한건,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당시, 미국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한은 또한 급격한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은 한층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동결에도 오르는 금리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시장의 기대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다소 잠잠했던 금리 오름세가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반적인 지표금리 완화 속에서도 정부의 금리개입, 불안정한 금융시장, 부동산PF 등 잠재적 리스크 등 시장의 불안심리가 금리 인상으로 투영됐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금리포비아’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출금리는 앞서 언급한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오르는 듯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데일리임팩트가 집계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 8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는 연 4.593~6.462%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지난달 22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4.302%~6.303%) 보다 0.159%p(상단 기준) 오른 수치다.

신용대출 금리 또한 상승세로 반전됐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또한 상단 기준, 평균 연 6.65%로 약 0.05%p 가량 올랐다.

이같은 금리 인상세에 영향을 미친 것은 고정형과 신용대출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의 오름세다. 고정형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4.473%로 지난달 초(4.042%‧2월 1일 기준) 대비 0.4%p 이상 올랐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또한 같은 기간 3.646%에서 지난 8일 3.955%로 0.3%p 가량 높아졌다.

통상적으로 은행채 금리는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한 달간 국채금리가 0.7%p가량 오르면서 은행채 나아가 일부 대출상품 금리 오름세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국내 국채금리가 미국 금리 기조의 영향권 내에 있다는 점이다. 불과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긴축완화 시그널을 보냈던 미국 연준이 최근들어 긴축 강화 기조를 당분간 가져가겠다고 언급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더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곧 최종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보다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FOMC정례회의에서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도 얼어붙었다. 특히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예측한 3월 빅스텝 확률 또한 67.5%로 전일(31.4%)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지며 긴축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이자리스크 줄일 대책 필요해

이처럼 미국 연준이 또 한번 큰 폭의 금리인상 나아가 긴축강화 기조의 지속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또 한번 고금리 공포가 드리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또한 이같은 긴축 강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당장 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다시 국내 경제에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 마다 차주 1인 당 이자부담은 16만4000원 늘어난다.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이후 3%p(0.5%→3.5%)가 오른걸 감안하면 이자부담은 196만8000원 증가한 셈인데, 경기침체로 약해진 가계의 상환능력을 고려하면 단순 이자 증가분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일각에선 그간 정부의 강도 높은 금리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금융업계의 주장에 주목하면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저금리로의 대환대출 △서민정책금융 상품 등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직접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데일리임팩트에 “곳간이 넉넉한 은행이 나서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의 이자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라며 “특히, 금리인하요구권 미이행 제재 수준 등이 선진국 대비 매우 낮아 그 수위를 높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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