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 ‘매파 기조 재확인’
인상 불가피한 국내 지표금리에 예대금리차 확대 가능성↑
당국의 축소 압박…은행권 “금리체계 더욱 꼬일 것” 우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Federal Reserve 유튜브 캡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Federal Reserve 유튜브 캡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가운데, 국내 은행권에 또 한번 ‘예대금리차’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금리 또한 상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지표금리를 추종하는 은행 내 여‧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수개월 만에 축소됐던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산금리를 활용한 인위적인 금리 조정으로 예대금리차 논란에 대응해 온 은행권의 입장에선 또 한번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일단 은행업계에서는 당분간 예대금리차 축소를 통한 이자 부담 경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연준 결정으로 이달 말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예대금리차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역대급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2일부터 양일간 열린 5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특히,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또 한번 부정하는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발언도 함께 공개되면서 이번 결과가 당장 국내 은행권의 금리 정책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에 좌우되는 측면이 큰 가운데, 당장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개최 이전에 이같은 미국 기준금리 변화가 국내 시장 금리에 선(先)반영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미국 연준회의에서의 결과는 올해 국내 기준금리 정책을 가늠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 이번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대 수준(1.75%p)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처럼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의 금리 격차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대다수 시장 관계자는 이달 말 한은 금통위가 3회 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과 역대급 수준의 금리 격차 그리고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또 한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해 대다수 금융당국 수장들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진다 해도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면서도 “반면, 실제 금융업계 내부에선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꼬여버린 금리 셈법이 더 엉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연준 베이비스텝에…예대금리차 이슈 ‘재점화?’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은행업계의 상당수 관계자는 또 한번 드러난 美 매파의 발톱이 당장 은행 고유의 금리 전략에 생채기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은행권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예대금리차 논란이다.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던 예대금리차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간 은행권은 지표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가산금리 조정 등 인위적인 금리 개입에 나섰다.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는 소폭 올리는 등, 사실상 지표금리의 흐름을 역행하는 무리수를 둔 셈이다.

실제로 이처럼 엉켜버린 금리체계는 자금조달과 같은 은행 유동성 전략 측면에 적잖은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지속해서 벌어져 온 예대금리차는 다소 진정되는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은행권 내 예대금리차는 1.61%p로 전월(1.71%p) 대비 0.17%p 축소됐다.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전월 대비 축소된 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예대금리차 축소를 견인한 건 대출 금리의 하락세였다. 지난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17%로 한 달 새 0.15%p 하락했다. 특히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5.22%) 대비 0.26%p 하락한 연 4.96%를 기록,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연 4%대로 내려왔다.

금융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또한 축소(3월 기준)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전월 대비 예대금리차가 0.35%p 축소됐고 우리(0.24%p), 하나(0.21%p)은행 등도 전체 은행권 예대금리차 축소 폭(0.17%p)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만약 예상대로 이번 미국 연준이 0.25%p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예대금리차가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당장 주요 지표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한은 금통위 또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축소하려는 목적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예대금리차 또 확대되나

실제로 지난 3월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기간 중, 지표금리인 금융채(1년물‧AAA)는 3월 초 3.963%에서 3월 말에는 3.593%로 0.4%p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지난 2월 한은 금통위에서의 금리 동결과 4월 금통위에서의 동결 전망이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 쉽게 말해 예대금리차 축소를 예상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이미 마련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일단 앞서 언급한 금융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금융채 금리는 연 3.616% 수준으로 전월 말 대비 0.2%p 가량 높아졌다. 당시 금융채 인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 기준금리의 변동은 없었지만, 미국 SVB에서 시작돼 최근 ‘퍼스트 리퍼블릭’으로까지 이어진 은행 파산사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더해진 만큼 금융채 금리의 급등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3일 기준 금융채 금리는 연 3.621%로 앞서 언급한 지난 4월 말(3.616%) 대비 소폭 올랐다.

금융채 금리가 오르면 이를 추종하는 고정형 대출 금리가 인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럴 경우 예대금리차 확대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에서 또다시 은행들은 인위적인 금리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다수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정책 기조에 따라 우대금리 지원 및 기본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미 예금금리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선 더 큰 폭의 대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대출 금리 인하 경쟁이 자칫 수익성‧건전성 관리를 무시한 출혈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FOMC에서의 금리 인상으로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 또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지표금리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예대금리차 확대를 또 한번 인위적 개입으로 축소한다면 은행권 금리체계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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