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효과’ 걷자 은행권 신규 연체율 증가세 전환
인뱅-저축은행 연체율 급등 현실화 가능성도 거론
‘깜깜이 채무’ 부각될 시, 연체율 시한폭탄 터질수도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은행권 연체율의 하락세가 멈춰 섰다. 전반적인 연체율 하락세가 멈추고, 신규 대출의 연체율은 소폭 올라가면서 그동안 은행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연체율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기업과 가계 가리지 않고 대출 전반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그동안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낮은 수준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연체율의 소위 ‘착시 효과’가 본격적으로 걷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을 취급해온 시중은행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상의 리스크 확률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 타 은행업권 전반의 연체율까지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정부와 은행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대두된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국내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한 가운데, 이같은 반전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업권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연체율 관련 ‘착시 효과’가 사라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그간 은행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던 ‘깜깜이 채무 리스크’가 수면위로 부각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다시 흔들리는 연체율

사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은행권 내 연체율은 1년 넘게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5%로 전월 말(0.27%) 대비 0.02%p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6월 말) 기준 0.20%를 기록했던 은행권 연체율은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오면서도 0.2%대 초중반을 오가면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돼왔다. 특히 지난해 9월(0.21%)부터 시작된 소폭의 오름세가 12월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분기 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한다”며 “이에 따라 분기 중 상승하던 연체율은 분기 말에 다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업계에서 최근 연체율 흐름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적 낮은 연체율을 근거로 ‘건전성 관리’에 강점을 부각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불안정한 연체율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가 연체율의 흐름에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실제로 앞서 언급했듯 전반적 연체율은 여전히 안정적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누적이 아닌 ‘신규 연체율’을 기준으로 지표를 해석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신규 연체율은 0.07%로 전월 대비 0.01%p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이란 전월 말 대출 잔액 대비 이번 달 신규 연체 발생 비중을 일컫는다. 1개월 이상 연체된 누적 원리금을 기준으로 하는 연체율과 달리 은행권 연체율 변동 추이를 보다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일컬어진다.

신규 연체율은 매월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0.04% 수준이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8월과 9월(0.05%), 10월과 11월(0.06%)로 오름세를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신규 연체가 3.8조원 가량 늘어난 반면, 기존 대출의 상환 규모는 이보다 적은 3.3조원에 그쳤다”라며 “분기 말 대출 상환이 늘어나는 요인을 제외하면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중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인뱅 3사 로고. 사진. 각 사.

인뱅-저축은행도 ‘연체 주의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같은 은행권 내 연체가 특정 영업군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은행업계 전반에서 포착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이용 비중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의 은행업권 연체율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비교적 고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시중은행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가 포착된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3.0%로 전 분기 대비 0.4%p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말(2.5%)과 비교하면 0.5%p 증가한 수준이자, 연체 잔액(3조4345억원)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32.2%(8359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연체율 악화 흐름은 지난해 4분기에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업계 내부의 관측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BIS비율은 전년 동기(13.82%) 대비 0.94%p 하락한 12.88%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데 비율이 클 수록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저축은행 BIS비율 마지노선(8%)보다는 높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14.8%)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 3사의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뱅 3사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평균 0.46% 수준이다. 이는 전분기 대비 평균 0.12%P 가랑 악화된 수치다.

물론,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라는 인뱅 3사의 출범 목적을 비교적 잘 수행한 데 따른 반사효과의 측면도 있지만, 그간 연체율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던 인뱅 업계의 건전성 리스크 등장은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연체율 또한 오름세를 보였다. 그간 연체율 관리에 비교적 자신감을 보여온 시중은행의 연체율 악화는 타 은행업권에 비해 업계 전반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평균 연체율은 0.21%로 전년 말 대비 0.04%p 올랐다. 이러한 오름세는 지난달에도 이어졌는데 아직 집계되지 않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4곳의 1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전년 동월(0.04%)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기획재정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기획재정부.

부실 가능성에 연체율 관리 ‘시급’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은행업권 전반의 연체율이 올해 금융권 부실 폭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재연장으로 깜깜이 채무가 누적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하반기 발발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부실리스크의 거대화를 촉발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PF 부실 리스크는 저축은행의 높은 연체율과 맞물려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 업권 내 부동산PF 대출 연체 잔액은 약 3000억원 수준을 기록, 전체 금융권 내에서 증권업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도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4분기 경기침체 여파로 연체율 상승의 중심에 서 있는 중‧저신용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비교적 연체율 관리에 자신있어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충당금 규모를 지난해에만 7조원 이상 늘린 데다 BIS비율, 고정여신이하비율 등 건전성 지표 모두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은행권 역시 정부 주도 금융지원 사업에 사실상 ‘의무참여’하면서 대규모 자금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연체율 리스크가 은행업권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지난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은행권의 오히려 리스크의 신규 발원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지금이라도 연체율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업계와 정부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체적으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준비 중으로, 이를 통해 연체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를 우선 선별해 관리할 방침”이라며 “특히 시중은행들이 하고 있는 금리 인하뿐 아니라, 원리금 및 상환 이자 감면 등의 실질적 조치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 또한 “최근 금융업황과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당장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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