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美 가계부채, 20년 만에 최대폭 증가
신용카드 잔액도 기록적 수준 증가...연체율도 상승
신용카드 빚으로 눈 돌리는 소비자들 고금리에 신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미국인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자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강력한 고용 시장 덕에 소비가 버텨주고 있으나 고용 시장 상황이 악화된다면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6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발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신용카드 잔액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가계부채는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대액을 찍었다.

4분기 가계부채는 16조 9,000억 달러(2.2경)로 전분기에 비해서 3,940억 달러(454조 원), 약 2.4% 늘어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보다 일주일 먼저 미국 개인금융 회사인 너드월렛(NerdWallet)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구당 평균 부채는 약 16만 5,000달러(2억 1,500만 원)에 이른다. 한국의 가구당 평균 부채인 9,170만 원과 비교해서 거의 두 배 많은 액수다.

모기지 대출이 증가세 주도...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가계부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한 가운데 신용카드 잔액도 기록적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입자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4,980억 달러(636조 원)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조 9,200억 달러(1.5경)로 2.540억 달러(330조 원), 즉 2.2% 정도 늘었다. 신용카드 잔액도 9,860억 달러(1,282조 원)로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전분기 대비 최대 폭인 6.6% 가까이가 늘어났다. 전년 4분기와 비교해서도 무려 15.2%가 증가했다.

테드 로스만 뱅크레이트 선임 산업 분석가는 “신용카드 차입자들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잔액이 증가하고, 금리는 올라가고, 신용카드 빚을 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대출 연체율은 4분기 중 각각 0.6%p와 0.4%p씩 상승했다. 작년 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자 수는 1,830만 명으로 2019년 말의 1,580만 명에 비해서 약 250만 명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20대와 30대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카드 대출로 눈 돌리는 소비자들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미국 소비자들은 빌리기는 더 쉽지만 은행 대출보다 훨씬 더 금리가 높은 신용카드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모아뒀던 저축이 바닥이 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더 커져 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연준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신용카드 대출과 리볼빙 카드 상환액을 포함하되 주택담보대출을 뺀 소비자대출은 9,500억 달러(1,23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저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해서 2,000억 달러(260조 원)가량 늘어난 액수다.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발표한 대출 담당자 서베이(Senior Loan Officer Survey) 결과를 보면, 작년 4분기 상업용과 산업용 대출 기준을 강화한 은행들의 순비율은 40% 위로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차례(1990~1991년, 2001년, 2007~2009년, 2020년 초)의 경기침체 직전이나 직후 수준과 맞먹는다.

로이터는 “은행들의 강화된 대출 기준이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경우 소비지출이 경제의 약 70%를 돌리는 미국 경제는 취약해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금리 급등세

신용카드 대출자들은 상당한 고금리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작년 4분기 기준 미국의 신용카드 이자율은 무려 19.07%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두 자릿수로 올렸던 198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서도 더 높은 수준이다. 

이와 별도로 소비금융 서비스 웹사이트인 크레딧카드닷컴(CreditCards.com)의 실시간 자료에 따르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 조치로 인해 현재 신용카드 이자율 평균은 1년 전의 16%에서 4%p 이상 올라간 20%를 넘는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윌버트 반 데어 클라우 뉴욕 연준 경제조사 자문관은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덕분에 아직은 미국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고질적인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부 차주들은 부채 상환 능력을 검증받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스만 역시 “신용카드로 돈을 빌리기는 쉽지만 갚기는 힘들다”면서 신용카드 금리 상승에 따라 높아진 상환 부담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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