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경쟁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 5월 출범 예정
지표금리 오름세에 가산금리 조정 본격화 될 듯
가산금리 ‘깜깜이’ 산정방식 개선 필요성도 대두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5월 출범을 목표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의 청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은행권 내 금리 경쟁의 핵심 키워드로 가산금리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긴축 강화 시그널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등으로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꺼내 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가 바로 가산금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채, 은행채 등 주요 지표금리의 오름세로 대출 금리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자율성을 갖고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가 인위적 금리인하를 가져올 유일한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속에서 지표금리뿐 아니라 가산금리마저도 최근 들어 역주행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지적된다. 다만, 은행업계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위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 조정을 통한 금리경쟁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 이전부터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시스템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 현황 및 확대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 내 저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이자 장사 및 예대금리차 논란, 뒤이은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출범을 두 달여 앞둔 대환대출 시스템이 또 한 번 불을 댕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또한 대환대출 시스템이 은행권 내 금리경쟁, 이를 통한 공격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소득, 신용도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실질적인 이자부담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한 상당수 차주가 이번 조치로 실효성 있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대환대출 플랫폼, 금리경쟁 ‘촉발할까’

현재 금융위는 오는 5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소비자가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회사 간 상환 절차를 중계하고 전산화하는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시스템'과 각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데 모아 비교하는 민간 주도의 ‘대출비교 플랫폼’을 연계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단 오는 5월 출범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53개 금융회사와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할 계획이다. 출범과 동시에 플랫폼이 가동되면 은행 전체(19개), 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비은행권 34개사의 신용대출을 다른 대출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선 개인 신용대출 중 6개월 이상 대출의 대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번 플랫폼이 확산되면 약 13조원으로 예상되는 연간 금융권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매월 약 1조원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현재 구축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개인 신용대출에 한정해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업권 내 경쟁 촉진을 명목으로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까지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국은 기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일단 차주들이 온라인으로 주담대 상품을 비교하고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우선 구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르면 올해 12월 중에는 실제 주담대 대환대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협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금리 경쟁 본격화, 가산금리는 ‘요지부동’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통해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 은행 간 금리 경쟁이다. 보다 낮은 금리를 설정하도록 유도해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이자 부담 경감, 은행권에는 건전한 대출시장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역시 이 같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금리 인하 압박 속에 그간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온 상황에서, 또 한 번 금리 경쟁을 야기하는 플랫폼 출시가 어떤 변화 양상을 일으킬지 예측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권에서는 가산금리 정책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산정하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코픽스(COFIX), 은행채, 국채 등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금리들이 다시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가산금리 조정, 또는 우대금리 강화 정도가 해법으로 거론되는데 은행의 자율성이 부여되는 가산금리의 인위적 조정이 가장 실효성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시장지표금리인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를 산출한다.

한국은행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기준금리, 그리고 차주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우대금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각 사의 대출금리의 차별성은 각 사가 개별적으로 정한 가산금리에서 나타난다.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앞서 언급했듯,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지표금리와 달리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내부 대출 영업의 강화 또는 축소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가산금리를 운용한다.

문제는 최근 가산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자금 시장 위기, 기준금리 폭등으로 대출 금리가 치솟짜 은행권 내 정기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을 시작으로 금리 부문에서의 금융당국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 자율성에 맡겨진 가산금리는 일련의 금리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월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 기준) 평균 가산금리는 전월(2.47%) 대비 0.04%p 오른 2.51%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압박 여파로 지난해 12월 기준 전월 대비 0.11%p 낮아졌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됐다.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3.61%로 전월(3.65%)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최대 1%p 까지 인하를 결정한 은행권 내 예금금리 변동 폭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가산금리의 경우 마진보다는 연체율과 같은 위험요소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라며 “당국의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가산금리 산정법 공개’ 논의도 시작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은행업계에서는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차주들은 자신들이 적용받는 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알지 못한 채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 내 가산금리 산정 기준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도 아예 가산금리 산정 방식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일부 의원을 통해 발의되며 논의가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단 당국 차원에서 가산금리의 추가 인하 여력이 없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금융소비자 편의를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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