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5%' 금리 동결에 기업대출 확산 기대감 커져
CD금리 인하에 연 5~6% 고금리도 낮아질 가능성
'유동성 목마른' 기업들, 자금 확보 다소 수월해 질 듯

4월 금통위 현장 / 사진=한은.
4월 금통위 현장 / 사진=한은.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2020년 하반기 이후 약 2년여 만에 기준금리가 2회 연속 동결된 가운데, 그간 유동성 위축과 이자 부담 증가의 이중고를 겪어온 기업 차주들의 부담이 한층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전반적인 대출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가계대출 대비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기업대출 금리가 이번 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이 기업대출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가운데,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이자 감소 기대감은 그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차주들의 숨통을 다소 트이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기존 3.5%로 동결한 가운데, 기업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유동성 확보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기업대출 차주들은 전반적인 가계대출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유독 기업대출 금리만은 이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비단 이 같은 우려는 단순히 금리 인하 폭이 가계대출 대비 작다는 데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현상’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오랜 기간 자금 수혈에 어려움을 겪어온 상당수 기업들 사이에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기업대출 금리로 인해 생존마저 우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긴축 완화에도 ‘요지부동 금리’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평균 6.44%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연 5.75%로 기업대출 대비 0.69%p 낮았다.

지난 1월 말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6.61%로 기업대출 금리(6.51%)보다 0.1%p 가량 높았다. 불과 두 달 만에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금리가 역전된 셈인데 가계대출 금리가 1%p 가까이 하락한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0.07%p 내려가는 데 그쳤다.

비교 대상을 전체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해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금리의 인하 폭 차이는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5.47%) 대비 0.25%p 하락한 연 5.22% 수준이다. 이는 2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이자, 지난해 9월(5.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이 취급한 기업대출 금리는 전월(5.47%) 대비 0.11%p 하락한 5.36%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06%p 내려간 5.24%,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22%p 하락한 5.45% 수준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가계대출 금리와 기업대출 금리의 격차는 불과 0.13%p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 기업대출과 달리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내려갔다는 점, 그리고 하락 폭 또한 기업대출(0.11%p)이 가계대출(0.25%p)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가 더딘 기업대출의 잔액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국내 은행권 내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5조9000억원 늘어난 118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7000억원 가량 감소한 가계대출(1049조9000억원)과는 대비되는 추세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기업대출 리스크 ‘완화 될까’

금융업계에서는 이처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기업대출 리스크가 이번 한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을 기점으로 다소 안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긴축 완화의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데다, 기업대출이 추종하는 주요 지표금리 또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여파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지난 2020년 8월(0.5%→0.75%) 이후 △21년 10월 △22년 2월 △23년 2월에 이은 네 번째다. 특히 2회 연속 금통위에서의 금리 동결은 지난 2021년 7월 이후 1년 9개월여 만이다.

긴축 완화 시그널은 일단 상당수 기업대출 상품이 추종하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도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하락세를 보여온 은행채와 달리 좀처럼 요지부동이었던 CD금리가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초 기준, 연 3.61%에 달했던 CD금리(91물 기준)는 지난 7일 기준 연 3.53%로 한 달 새 0.08%p 가량 하락했다. 올해 초 4%에 육박(3.98%)하기도 했던 CD금리는 올해 첫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지난 2월 금통위를 전후로 올해 최저치(3.46%)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당시에도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CD금리에 선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금통위 결과 또한 CD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간 위축됐던 단기자금시장의 상황이 다소 풀리면서 CD금리 또한 오랜만에 내려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CD금리를 추종하는 상당수 기업대출 금리 또한 2분기 전후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대출 금리 인하는 급등하고 있는 기업대출 연체율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권 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0.1%로 0.07% 수준인 가계대출보다 높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DB.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DB.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청신호’

기업들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인한 기업대출 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대출 이자 경감을, 장기적으로는 기업대출 문턱 완화에 따른 유동성 공급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은행권에서 고금리 기조로 이자 상환마저 어려워지는 소위 ‘한계 차주’의 양산 나아가 건전성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는 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기업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하지만 기업대출 금리 인하로 이자 상환 부담이 감소할 경우, 자연스레 대출 허들을 낮춰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것 또한 은행권의 일관된 주장이다.

특히, 올해 금리 인상 종료에 따른 전년 대비 이자 이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은행권 역시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대출 심리 회복이 예상되는 가계대출뿐 아니라, 그간 대기업 대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중소기업 대출 확대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기업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우량 신용도의 대기업 대출에 집중해온 경향이 있었다”라며 “금리 인하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다소 사그라든다면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개인 사업자 대출을 늘릴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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