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SVB사태에도 0.25%p 금리 인상 단행
“연내 금리인하 없다”발언에 한은 긴축도 유지될 듯
당국 압박에 사실상 관치금리…은행권도 ‘오락가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올해 두 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된 가운데, 국내 은행권의 금리 셈법도 더욱 복잡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국내 국채 금리의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대출금리 또한 이를 따라가야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을 고려하면 또 한 번 지표금리 흐름에 반하는 역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금리인상에 맞춰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자연스러운 선택을 할 경우, 다소 잠잠해진 듯해 보이는 이자 장사‧고금리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명 은행권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격차를 의미하는 예대금리차가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두 달 연속 확대됐다는 실질적인 지표가 공개되는 등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속내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일단 취약 차주들을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예‧적금 금리에 대한 인상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양일간 미국 연준이 진행한 FOMC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은행권의 금리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기준금리를 사실상 추종하는 국내 채권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후 열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기준금리 정책에도 인상 쪽에 무게추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숙고한 연준, ‘베이비스텝’ 밟았다

사실 이번 미국 연준의 3월 FOMC회의는 여러 측면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과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 사이에서 고민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연준 회의에서는 베이비스텝 또는 1년여만의 동결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논의의 시발점은 역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일부 은행의 연이은 파산 사태였다. 애초 고금리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을 포함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고려해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작금의 은행 줄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0.5%p 인상의 빅스텝 가능성은 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를 전후로 미국 시장 내에서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금리 변동가능성 그리고 변동 폭에 대한 의견은 치열하게 엇갈렸다.

3월 FOMC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2일 기준,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는 0.25%p 인상 가능성을 89.3%로 진단했다. 동결은 10.7%였고, 빅스텝 가능성은 ‘0%’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15일 기준, 페드워치가 예상한 베이비스텝 가능성은 54.6%로 금리 동결(45.4%) 가능성과 소폭의 격차를 보인 바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 0.25%p 인상 가능성은 약 35%p 가량 확대된 셈이다.

결론적으로 미 연준은 이번 베이비스텝 결정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최소화하면서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시그널을 재차 시장에 보냈다. 파월 의장 또한 이번 회의 직후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연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올려야 하는데...” 난감한 은행권

이처럼 미국 연준 발 금리 변동이 현실화한 가운데, 국내 은행업계의 속내는 다소 복잡해졌다.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지표금리 인상, 특히 국내 기준금리 인상분의 선반영 등을 고려해 여‧수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을 고려하면 결코 쉽사리 결정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 국채 금리는 미국‧유럽발 은행 파산 여파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시중 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12%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SVB 파산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금리(3.703%) 대비 0.4%p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같은 국채 금리의 하락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의 여파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불안감 확산으로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경우, 채권 가격은 높아진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내려가는 채권의 특성상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반등의 기미도 포착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결정 가능성이 동결 가능성보다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기류가 시장 금리에도 선 반영된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22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12%인데, 이는 전일(3.294%) 대비 0.02%p 가량 높아진 수치다. 이같은 상승세 전환은 3년물 기준, 지난 9일 이후 13일여 만이다.

물론 업계에서는 국고채 금리의 반등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앞서 언급했듯 안전자산으로의 유동성 이동 흐름 또한 추세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표금리가 오르는 만큼 대출금리의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예대금리차 논란, 이자 장사 논란 등으로 촉발된 금융당국의 압박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준금리를 비롯한 채권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대출 금리 인상 여력 또한 감소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은행업계 ‘수신금리 올릴 듯’

당장, 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권고해온 여신금리 인하와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 축소에 초점을 맞춰 금리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금리 인상으로 여신금리가 올라간다는 점은 분명 부담이지만, 이를 오히려 수신(예‧적금) 금리 인상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36%p로 전월 평균(1.18%p)대비 0.18%p 확대됐다. 이는 은행권이 대출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더욱 가파르게 인하한 데 따른 결과다.

주목할 점은 한은 금통위가 내달 회의에서 금리를 0.25%p 수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은행 파산 여파에도 연준의 금리를 소폭이나마 인상한데다, 만약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5%p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양국 간 1.5%p 금리 격차는 지난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격차다.

은행업계에서는 수신금리는 인상하되, 대출금리는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표금리의 흐름에는 반하는 결정이지만 이자 부담 경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분명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할 지표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예대금리차 또한 다시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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