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전성 지표 도입에 적용 유예 신청
자본 확충 집중하며 자본 리스크 관리
보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건전성 위기 극복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올해 새로 도입된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은 상당수 보험사가 킥스 제도의 적용 유예를 신청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중견·소형 보험사뿐 아니라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 보험사도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존 지표인 RBC(지급여력비율)적용 시 보다, 재무 건전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보험사는 유예 신청과 함께 채권을 매도하는 등 건전성 비율을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비율 상승보단 자본 효율성 관리에 경영 역량을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중 총 19곳이 킥스 적용 유예를 검토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이는 전 보험사 중 34.5%에 해당한다. 상당수 보험사가 당국의 건전성 기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해당 신청이 승인되면 보험사는 향후 지급여력비율 하락 효과를 10년간 나눠 반영할 수 있다. 또 킥스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해도 RBC 비율이 100%가 넘는다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최대 5년간 유예할 수 있다.

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을 보면 생보사는 '빅3'중 하나인 교보생명을 비롯해 흥국생명·푸본현대생명·KDB생명·ABL생명·IBK연금보험 등 12곳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는 한화손보·NH농협손보·흥국화재·MG손보·롯데손보·악사(AXA)손보 등이 신청했다. 금감원은 신청한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을 살핀 후 이달 중 승인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기 보험을 취급하는 생보사가 손보사보단 킥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 생보사들은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전략상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교보생명.
사진. 교보생명.

채권 팔고·유예 신청, 자본 확충 집중

경과조치 신청과 함께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채권을 총 23조8743억원 매수하고 24조8689억원 매도했다. 이는 11개 투자자 유형 중 유일한 매도 주체다.

보험사가 채권을 매도하고 금융당국에 적용 유예를 신청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RBC 비율을 대체해 적용되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인 '킥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자본규제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의 적용과 함께 등장한 킥스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알려주는 제도다. 보험업법상 비율이 100%를 넘어야 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킥스에서도 이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급여력을 계산하는 기준이 바뀌었을 뿐 감독 규정이 변경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킥스가 IFRS17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킥스 적용 시 보험부채 평가 기준은 계약을 맺은 시점의 원가가 아닌 결산 시 시가로 평가된다. 결국 오르내리는 금리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회계상 인식되는 보험부채 규모도 커져 보험사는 적립금을 더 쌓아야 한다.

또 킥스에 장수·해지·대재해·자산집중위험 등 신규 보험위험 요소가 추가되면서 기존 RBC일 때보다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채권을 매도하며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이 100%가 넘는 보험사들도 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했다"며"다양한 경영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흥국생명.
사진. 흥국생명.

재무 건전성 우려보단 보수적인 경영 전략

일각에선 이번 경과조치에 대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조치를 신청하면 매 분기 이행 실적을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자본의 사외유출을 막기 위해 연간 배당 성향 등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내부에선 이러한 보험사의 경과조치 신청은 재무 건전성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과조치 신청은 별도의 페널티가 없는 만큼 보험사들이 보수적인 경영 전략의 차원에서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과조치를 신청한 DGB생명의 경우 지난해 RBC 비율은 113.1%(3분기 기준)로 나타났고 흥국생명도 같은 기간 154.4%로 권고치를 소폭 상회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킥스가 시행 초기고 경과조치는 언제든 중단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신청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재무 건전성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경과조치 신청과 채권 매도 등의 조치보단 자본 효율성 관리에 경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가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 새 먹거리 창출에 몰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시장이 점차 침체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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