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 막으려 종지업 도입 검토
'수수료' 등 경쟁력 갖출 수 있는 기회
비용·보안 등으로 도입 시간 걸릴 수도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종합지급결제업(이하 종지업)'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자체 수신 기능이 없던 보험·카드사에는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2금융권에선 벌써부터 종지업 허용 논의를 반기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그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보험·카드사는 이번 종지업 허용을 통해 '수수료 절감' 효과와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인해 실제 도입 여부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 또 소비자 보호에 사각지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금융지주 자회사들의 수신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통한 2금융권의 종지업 도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의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지급 결제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통장 같은 계좌를 개설해 그 안에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종지업이란 간편결제·송금 이외에도 모든 전자금융업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을 뜻한다. 종지업 사업자는 은행 제휴 없이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으며 급여 이체, 카드 대금, 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가 회원사 의견을 취합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한 정책 개선 사항 중 하나기도 하다.

종지업이 도입되면 삼성생명, 현대카드 등 지주 계열이 아닌 2금융사들도 수신을 받을 수 있어 이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종지업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잠정 계류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2금융권은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지만 종지업이 도입되면 편의성 향상은 물론 자금 활용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사진. 금융위원회.

2금융권, 수수료 절감 등 경쟁력 갖춰

은행산업의 과점 이슈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종지업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2금융권은 '수수료 절감' 등 다양한 이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카드·보험사는 타 은행의 계좌를 신설하거나 기존 계좌를 지정해야 했지만 종지업이 도입되면 직접 입출금 계좌를 취급해 수신을 받을 수 있어 은행에 지급해야 했던 수수료 지출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감된 수수료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회사채(여전채) 발행을 중심으로 사업 자금을 마련해왔지만 종지업이 허용되면 채권 발행 외에 수신을 통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종지업을 통해 여전채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성 부분에서도 종지업 도입은 효과적이다. 은행 계좌를 거쳐야 했던 카드 대금·보험료 납부, 송금 등의 업무를 2금융사 자체 계좌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권과의 유효경쟁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보험료 인하, 리워드 지급 등의 혜택과 은행 계좌 연동 없이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 편의성이 높아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체 계좌를 만들 수 있으면 시간이 걸렸던 작업들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종지업 도입 시간 더 걸릴 수도

다만 전문가들은 △비용 △보안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로 인해 당국이 종지업을 적극 추진하더라도 실제 도입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지업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종지업 도입을 통해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되면 자금 이체 수수료를 더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과 함께 금융결제원에 특별참가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특히 금융결제원 특별참가금의 경우 생보업계만 따져봐도 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사가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보지 못하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수료 지급 방식이 나을 수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고객의 계좌를 유치했다 해도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 이체가 이뤄지면 은행 간 수수료, 고객 수수료, 중개수수료 중에서 고객 수수료만 절감될 수 있어 효과가 거의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자금 이체업무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2금융권의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결제 보안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더불어 금융지주 산하 2금융사의 경우 은행과의 밥그릇 싸움에 괜한 피해만 볼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은행이 지급결제를 허용해주는 대신에 각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

업계에서도 결국 2금융사가 지급결제업에 참여하려면 적정한 비용 요구와 추가적인 사업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기 때문에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는 상황"이라며 "종지업 도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당국이 나서 은행과 업무 권역 간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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