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CS 파산에 부동산 PF 부실 우려
대출액 10배 보험사 자본 건전성 악화
현실화 가능성 낮지만 모니터링 강화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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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역시 급격한 금리 급등으로 인해 금융사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불황과 겹쳐 관련 부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 PF 대출만 10년 새 9배 이상 늘린 보험사들의 자본 유출 위험도 상승 중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보험사들도 자본 건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수 경기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오면서 올해 2~4분기 돌아오는 자본성 증권 만기를 막기 위한 보험사의 상환 자금 마련도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1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액은 112조3000억원으로 10년 전인 2012년 37조5000억원에서 3배 가량 증가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액은 4조9000억원에서 44조1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험업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은행 34조1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27조1000억원, 증권 4조5000억원보다 더 많았다.

부동산 PF는 금융사가 시행사에 아파트, 상가 등 건물 착공, 분양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 상품이다. 대부분의 미래 개발 가치를 판단해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면서 많은 시행사가 자금을 빌렸지만 기준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중·소시행사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확대됐던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는 부동산시장 한파와 SVB 등 해외 은행 문제까지 겹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SVB 사태가 국내 제2금융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2금융권 부동산 PF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0조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원 규모로 2018년 말(94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발생한 해외 은행 문제로 발생한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동산 PF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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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포저 104% 증가, 자본성 증권 상환 위험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번 SVB 사태로 인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상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자산운용 수익률이 감소하자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던 보험사들은 미분양 증가로 PF 이자를 받지 못할 위기에 휩싸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저는 지난해 9월 기준 44조6000억원으로 21조8000억원이던 2017년보다 104.6% 증가했다.

또 보험사들은 금리 급등으로 인한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올해 2~4분기 만기(조기 상환 시점)가 돌아오는 4조2000억원 규모의 상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저축성보험이나 퇴직연금 이탈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보험사 입장에서 부동산 PF 연체 우려는 결국 자본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대출 리스크가 심화된 상황"이라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통해 유동성 확보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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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당국 부실 현실화 가능성 낮아

다만 보험업계나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전 세계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부동산 PF 위험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일부 2금융권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PF대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안전성을 확보해 회수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차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규 건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브릿지론 비중을 줄이고 대출 상환 순위가 높은 대출 계약의 비중을 높여온 만큼 보험사가 노출된 위험의 크기는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강화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부동산 PF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경기가 하락하면 부동산 PF 등 부실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려면 결국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자본 확충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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