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도로 인해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
저축성보험 줄고 보장성보험 강화 선택
소비자 선택권 등 지속 방안도 고민해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그간 저축성보험 위주였던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보장성보험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이익 감소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회계 제도 변경에 맞춤 경영에 들어간 주요 생보사들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보장성보험 볼륨 키우기에 한창이다. 반면 저축성보험의 경우 상품 구성을 축소하는 등 판매 자체를 줄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전체적으로 축소되면서 보험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또 판매뿐 아니라 보험계약 유지율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장성보험 보유계약금액은 1940조5378억원으로 2년 전인 2020년 9월 말 1852조4667억원 대비 4.8% 증가했다. 보유계약 건수도 같은 기간 6640만건에서 6823만건으로 2.8% 늘었다.

생보사 보장성보험은 보유계약 건수 6600만여건과 보유계약 금액 1800조원대를 유지해오다 2021년 3분기 말부터 6800만여건과 1900조원대로 늘어났다. 이후 증가 추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저축성보험의 경우 보유계약 금액이 445조6873억원에서 422조3452억원으로 5.2% 감소했다. 계약 건수도 1371만건에서 1260만건으로 줄었다.

보장성보험은 중도 해약 또는 만기 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는 상품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 피해와 관련한 보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호받는 목적의 보험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암보험 등이 이에 포함된다.

보장성보험 확대에 맞춰 보험사들도 신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은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과 관련된 보장을 확대한 'New종합건강보험 일당백'을 출시했고 교보생명의 '(무)교보 뉴 더든든한종신조험', 신한라이프의 '신한 든든한 상속종신보험' 등도 보험료를 크게 낮추고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상품들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생보사 사이에서도 보장성보험 상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New종합건강보험 일당백. 사진. 삼성생명.
삼성생명의 New종합건강보험 일당백. 사진. 삼성생명.

새 제도 도입에 보장성보험 확대

생보사들이 최근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이유는 올해 재무제표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를 반영한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 가치를 원가로 평가받았지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서 평가 기준이 시가로 변경됐고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저축성보험보단 건전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은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새 제도에서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생보사들이 보장성 보험에 주목하는 이유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추정하는 미실현 이익을 의미하는 데 일정 기간이 지나고 예정된 금리로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에 비해 보장성보험은 보험금 지급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CSM 확보에 더 유리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에 돌려줘야 할 보험료와 이자가 늘어나면 이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CSM을 많이 확보하면 장기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생보사의 보험계약마진(CSM) 기반 수익성 개선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올해 주요 경영 방침으로 CSM 확보를 언급하며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난해 말 보험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불어 닥쳤다는 점도 업계가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해당 유동성 위기가 10년 전 판매된 저축보험의 만기도래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도 "IFRS17과 K-ICS 시행으로 보험회사의 보장성 보험 확대 전략은 지속될 것"이라며 "질병 및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로 관련된 보험상품의 개발 노력과 신규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교보생명의 '뉴 더든든한종신조험'. 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의 '뉴 더든든한종신조험'. 사진. 교보생명.

소비자 선택권·계약 유지율 신경 써야

보장성보험의 확대로 생보사 상품 포트폴리오의 주요 구성이던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보험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 6%에 달하는 금리로 저축성보험이 인기를 끌었지만 보험사의 소극적인 마케팅과 금리가 다시 내려가면서 인기는 금방 식었다.

보험사들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저축성보험보단 상품 구성에 집중하고 있는 보장성보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줄어들면서 가입을 원하는 보험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보장성보험 개발에 더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축성보험에 대한 혜택을 더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 상품 개발은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진행하고 있다"며 "저축성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청도 경청하고 있어 혜택 축소 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보험계약 유지율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도입한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들의 CSM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해당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험계약 유지율 관리 등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