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법·실손청구간소화 등 과제 미뤄져
피해 늘어나며 보험 소비자 보호 놓고 비판 계속
8자 협의체·가이드라인 마련 등 문제 해결 논의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사기방지법·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등 산적한 보험 관련 과제들이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험업계 숙원 사업인 이들 과제들이 몇 년째 표류하면서 보험업계, 그리고 금융당국이 보험 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업계 역시 계속된 계류로 인해 허탈감을 지속적으로 표출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해당 과제들의 해법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업계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당국·국회·업계의 적극적인 추진만 이뤄진다면 올해 중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법안소위 심사 안건에 포함됐지만 막판 제외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란 병원과 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2009년부터 논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 데이터를 두고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보험 관련 안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역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보험사기 처벌 수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보험사기가 점점 조직화·지능화되면서 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현행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이에 △보험업 관련자가 범행 시 가중처벌 △보험사기범죄 이익 환수 등 총 10건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법안소위 테이블에 올랐지만 결국 이날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으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역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핵심 쟁점인 수수료 문제를 두고 입장차가 커 가이드라인 마련도 못 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법이나 실손청구 간소화는 큰 이견이 없어 빠르게 개정이 될 수 있지만 민생법안이 계속 외면받고 있다"며 "아쉽지만 다음 법안소위가 열리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부족한 보험 소비자 보호에 비판 목소리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지지부진한 법안 통과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국과 국회가 보험 소비자 보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것.

특히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안에 경우 늘어가는 보험사기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8건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법안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차일피일' 법안 통과를 미루는 사이 실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7년 7302억원에서 2021년 9434억원까지 늘어났고 보험사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피해를 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금 누수를 막아 소비자 효용을 증대시키려는 민생법안"이라며 빠른 처리를 호소했다.

또 다른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경우 최근 윤석열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에 포함되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강제 입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법안 통과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또 입법이 무산됐다.

국민 대부분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간소화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대치를 이어가면서 보험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는 중이다. 진단서 제출 등의 불필요한 종이 낭비 역시 매년 이어지고 있다.

보험을 빠르게 비교하고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플랫폼들은 10%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2% 안팎의 수수료 기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비스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서 소비자들도 기대감을 가졌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연내 서비스 시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최종안이 나와야 연내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법안 통과·가이드라인 등 처리 속도

보험 소비자를 위한 법 개정안과 서비스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합의점만 도출하면 빠르게 처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기특별법의 경우 오는 9일 열리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해 법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업계는 물론 여야 의원들 모두 해당 법안 통과에 마음을 모은 만큼 논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법안 통과는 쉽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역시 향후 구성될 '8자 협의체'를 통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8자 협의체'는 간소화 법안 입법화를 위해 의견을 맞춰 나갈 예정이다.

다만 '8자 협의체' 회의가 예정대로 열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아직 당국으로부터 8자 협의체 회의와 관련해 전달을 받은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내용도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중계기관과 관련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만큼 협의체 회의를 통해 빠르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도 의견차는 크지만 연내 서비스 도입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도 수수료 수준과 이에 얽혀 있는 1사 4요율제 요구 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논란이 됐던 수수료의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을 위해 2%가 될 것이란 전망부터 양측 요구안의 중간인 5% 안팎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결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나올 것"이라며 "부가 조건을 붙이는 식으로 보험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수료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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