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의 유대관계 위해 연이어 선임
각종 규제 완화 등 가교 역할 적임
"청탁 창구·'관피아' 부활"이란 비판도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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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사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관치 금융' 논란 속 금융당국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당국과의 유대관계를 위한 보험사의 포석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을 통해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추진하고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등 신사업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사외이사·감사총괄 등 보험사의 고위 직책을 당국 출신 인사들이 맡으면서 늘어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자회사인 메리츠화재 ESG경영실장으로 선욱 전 금융위원회 부이사관을 선임했다. 올해 초 연임이 확정된 서수동 부사장 역시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KB손해보험도 새 감사총괄(상근감사) 자리에 이종환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국장은 생보분쟁조정팀 선임검사역, 공보실 수석조사역, 보험감독국 건전경영팀장, 강원지원장 등을 거쳤다.

특히 KB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2~3년간 감사총괄 자리에 금융당국 출신을 선임해왔다. 지난 2015년 신응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경환 금감원 전 광주지원장이 지난 2021년 3월부터 감사총괄 직책을 맡고 있다.

DB손해보험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자문위원을 지냈던 최정호 사외이사와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보험개발원장을 역임한 정채웅 사외이사의 연임을 확정했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위원회 보험과에서 행정전문관을 지냈던 권기순 위원을 장기상품개발파트 임원으로 임명했다.

KB라이프생명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합병 이후 감사총괄 집행임원 자리에 전 금감원 국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식 인사는 오는 4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생명도 새 정책지원팀장(상무)으로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를 뽑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관련 전문성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인원들을 찾다 보니 당국 출신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특히 사외이사의 경우 다양성을 위해 당국, 학계 출신을 적극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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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중시하며 연이어 당국 인물 선임

보험사들이 연이어 당국 출신의 인물을 선임하는 이유는 당국과의 '소통'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보험업계를 둘러싼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정책 대응을 위한 인물들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등 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 가장 중요해진 시점에서 당국의 방향성을 빠르게 인지하고 보험사와 금융당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임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 인물들의 연이은 이탈도 보험사 인사 시즌과 맞물리며 당국 출신 인사 선임을  가속화시켰다. 업무가 과중한 것에 비해 보수나 복리후생이 민간 금융사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직을 기회로 삼는 경우도 늘어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해도 직책을 쉽게 올릴 수 없는 구조"라며 "정부의 입김이 금융당국에 작용하면 인력 자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민간 금융사로 이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뿐 아니라 타 금융사들 역시 금융당국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추세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도 전 금융위원장 출신이며 이순호 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진통 끝에 3일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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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인사 계속되자 '관피아' 부활 우려

관료 출신 인사가 계속되자 일각에선 '관피아'의 부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다른 직책과 달리 감사 부문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경영진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지만 오히려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업무 청탁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소비자 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관치 금융'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전직 인사들이 보험사와 금융당국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당국 출신 인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 대응을 하는 것이 관치 금융"이라며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의 인사나 시장에 개입하면 소비자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이나 방식을 보면 전문성이나 투명성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출신을 중시하는 인사 선임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등 임원의 경우 전문성이나 다양성을 주로 보는 편이지만 최근엔 당국과의 관계로 인해 관료 출신들이 많아졌다"며 "임원 인사를 늘리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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