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ESG 경영 여전히 E에만 쏠려
유리천장·장애인 고용 등 취약한 모습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 활동 아쉬워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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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ESG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여성 임원 비율·장애인고용률 등 사회(S)·지배구조(G) 부문의 특정 지표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산업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없을 뿐 기업별로 ESG 경영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상위 12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약 1.61%에 그쳤다. 12개 보험사 중에 장애인 고용의무 비율(3.1%)을 지킨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미래에셋생명으로 0.75%에 머물렀다. 이밖에 신한라이프(0.78%), 교보생명(1%), 한화생명(1.05%) 등은 1%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가 1.2%의 장애인 고용률로 가장 저조했다. 현대해상과 한화손보는 각각 1.72%, 1.96%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나 여성등기임원 선임 비율 등 사회공헌·지배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의 추진율 역시 현저히 낮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ESG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험 업종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2021년)'은 0.02%로 200대 기업 평균(0.2%)에 한참 못 미쳤다. 보험 업종 6개 사 모두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0.1% 미만이었다.

기부금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이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다고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보험업계 '유리천장' 역시 여전히 깨기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 생명·손해보험 상위 각 6개 사의 3분기 공시에 따르면 상근임원(사외이사 제외) 총 511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29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율로는 5.7% 수준이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60명 중 7명) △삼성생명(59명 중 4명) △한화생명(53명 중 4명) △현대해상(49명 중 4명) △교보생명(41명 중 4명) △메리츠화재(49명 중 3명) △미래에셋생명(38명 중 2명) △KB손보(39명 중 1명) 등이다.

여성 임원이 전무한 회사도 있었다. DB손보의 경우 상근 임원 57명 중 여성임원이 단 1명도 없었다. 한화손보(28명), 신한라이프(27명), 농협생명(11명)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경영에 발맞춰 여성 임원도 점차 늘고 있다"며 "생각보다 증가세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바리스타 6명을 고용한 'LIFEPLUS 카페'의 개소식. 사진. 한화생명.
장애인 바리스타 6명을 고용한 'LIFEPLUS 카페'의 개소식. 사진. 한화생명.

E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보험사 "아쉬워"

이처럼 특정 지표에서 취약한 모습에 일각에선 보험사의 ESG가 E(환경)에 치우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활동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보험사들은 다소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ESG 관련 활동은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업계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없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장애인 채용에 적합한 직무가 세부적으로 발굴되지 않아 고용률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보험사들이 2018년부터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미고용 부담금을 내는 이유다.

실제 한 보험사 관계자는 "ESG 경영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조, 화학, 전자, 자동차 산업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금융업에 속해있는 보험업계 특성을 고려해 달라"고 설명했다.

비판 속에서도 보험사의 ESG 활동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한 이후 각 회사마다 관련 활동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여성 대법관 출신 김소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교보생명도 신성장추진담당 겸 홍보 담당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허금주 전무를 비롯해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ESG 경영 활동을 고객, 임직원, 주주 등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ESG 경영, 소비자 중심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발표했다.

현대해상도 '인류의 지속가능한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ESG 경영 미션으로 정하고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 1.05%에 그쳤던 한화생명도 지난 1일 청각·지적 중증 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고용한 'LIFEPLUS 카페'의 문을 열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주요 보험사들의 ESG 종합등급을 보면 대부분 A 등급(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준)으로 상장사들 중에서 ESG 경영 성적표가 우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ESG 경영에 대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내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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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중심적은 사실, 더 구체적인 활동 있어야

다만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기존에 했던 ESG 관련 활동을 보면 '페이퍼리스' 등 환경 중심적 활동이었다며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S·G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부 보험사 중에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구체적인 평가지표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는 만큼 정확한 ESG 평가를 위해 사업모형 특성을 반영해 평가지표를 만들고 가중치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생명보험협회는 이미 지난해 8월 ESG 평가 지표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평가 지표가 마련되면 그 지표에 맞는 투자를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기업 규모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ESG 경영 추진 방식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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