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듈러 시장, 2년여 만에 300% 급성장
비용절감·친환경·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등 이유
화재·소음 등에는 약해, 관련 시장 아직 걸음마
[데일리임팩트 최지호 기자] 건설사들이 분양한파에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보폭을 확대 중인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주택 사업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기존 현장 중심 시공에서 벗어나 주요 부재 및 부품의 70~80퍼센트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주택이 들어설 부지에서는 ‘레고’를 맞추듯 조립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짓는다.
모듈러 주택은 일반 철근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빨리 지을 수 있고 철거도 쉽다. 공장에서 주요 자재들을 맞춤 제작해 현장 설치하기에 안전사고 위험도 적다. 특히 주요 자재의 최대 80~90%까지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나아가 요소기술 개발, 대량생산 등 체계를 갖춰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해외 건설시장으로의 수출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3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시장 규모는 2019년 370억원, 2020년 268억원, 2021년 1457억원으로 성장했다. 불과 2년여 만에 시장 규모가 292% 확대된 것이다.
2022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2000억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LH·SH가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모듈러 주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선 모듈러주택이 일반적이고 정부도 모듈러주택 사업 활성화에 나서 향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모듈러주택 정책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정책협의체는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정책 발굴이 목적이다. 앞으로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워크숍과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모듈러주택에 대해 용적률·건폐율·높이 제한 완화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모듈러 주택 채택 비율을 올려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모듈러 주택 제작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기업이 모듈러를 활용해 네옴시티 등 중동지역의 대형프로젝트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자회사 포스코A&C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MUTO를 지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 사업인 '세종 6-3 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중고층빌딩 모듈러 특허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GS건설은 호텔 등 13층 이상 건물에도 모듈러 방식 준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모듈러 주택에 대한 국내 인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예컨대 수도권 일부 초등학교에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나온 모듈러 교실에 대해 학부모들이 반대 중이다. 모듈러 건축물이 소음 및 진동 등에 취약해 아이들이 생활하기엔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모듈러 주택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모듈러주택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구조물이 취약하고 내화·내진·층간소음·단열 등에 약할 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만, 모듈러 건축물은 오히려 구조물이 가벼워 기초에 하중 영향이 적고 철골 프레임 방식으로 지진에 뛰어난 강도와 연성을 갖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모듈러 주택의 특성상 콘크리트 건물보다 화재나 소음에 약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며 “아파트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의 인식을 먼저 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아파트가 주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포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선 고품질의 모듈러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활성화 환경을 만드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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