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인상 자제령에 여‧수신 금리 1~2%p 하락
‘수익성 바로미터’ 가산금리는 6개월 연속 오름세 ‘눈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 기대감으로 대출금리 인상세에 일부 제동이 걸린 가운데 오히려 대출 금리 산정에 반영되는 가산금리의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단기자금 시장 위기, 기준금리 폭등으로 대출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은행권 내 정기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을 시작으로 금리 부문에서의 금융당국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 자율성에 맡겨진 가산금리는 일련의 금리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은행권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들여다보고 필요시 이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이후에도 별다른 가산금리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금리인하가 본격화된 시점인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가산금리는 이전 대비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일부 대출 상품의 금리를 1%p 가량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가 대부분 주택 관련 대출에 집중돼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여전히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금리 조정이 대출 시장 전 범위로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은행연합회와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취급된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가산금리(일반신용대출 기준)는 연 3.65%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4.64%로 가장 높았고 신한(3.81%), KB국민(3.45%), NH농협(3.32%), 우리(3.04%)가 뒤를 이었다.

이는 전월 평균 가산금리(연 3.61%) 대비 0.04%p 오른 수준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최대 0.4%p 가량 가산금리를 올렸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의 여파로 예‧적금 금리가 나란히 인하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대출과 관련해 금융권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가산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가산금리에 뻗친 ‘관치’

통상적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시장지표금리인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를 산출한다. 한국은행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기준금리, 그리고 차주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우대금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각 사의 대출금리의 차별성은 각 사가 개별적으로 정한 가산금리에서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듯,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지표금리와 달리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내부 대출 영업의 강화 또는 축소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가산금리를 운용한다.

사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연초(1월) 기준 연 3.45%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산금리는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이 결정된 지난 7월(3.56%→3.13%)을 제외한 모든 월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이 같은 가산금리의 오름세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소위 ‘관치금리’ 기조에도 유지됐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의 대출이자와 (가산금리) 산정 체계가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나가겠다(22년 10월 국정감사)”,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현시점에는 금융당국 또한 시장 개입을 포함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22년 12월)” 등의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지난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산금리(연 3.65%)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 기록이다. 기존에 가장 높았던 수치는 지난해 6월 기록한 3.56%였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당국 압박에 꼬리 내린 은행권?

물론, 이러한 금융당국 발 강도 높은 발언에 일부 가산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신용대출과 달리 부동산 관련 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는 최근 금리 흐름과 유사하게 가산금리 역시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연합회와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취급된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가산금리(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기준)는 연 2.47% 수준이다. 이는 전월(2022년 11월)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가산금리(연 2.58%) 대비 0.11%p 가량 낮아진 수치다.

KB국민은행이 전월 대비 0.32%p 하락(3.59%→3.27%)하며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신한(2.78%→2.50), 하나(3.09%→3.05%), 우리(2.67%→2.65%)은행이 뒤를 이었다. NH농협은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전월과 동일한 수준(0.82%)을 유지했다.

은행업계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조의 여파로 금융지원 조치 또한 주택 구입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다”며 “은행권 역시 이를 반영해 가산금리 조정 등의 방식을 활용해 주담대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운용 중인 주택‧전세 관련 대출 상품의 금리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최근 대면 방식의 주택담보‧전세대출 일부 상품 금리를 최대 0.30%p 인하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변동금리모기지 △변동금리아파트론 △주택담보프리워크아웃대출 △주택신보 전세대출의 경우 금리가 0.30%p 낮아졌고, △혼합금리모기지론 △혼합금리아파트론 △하나전세안심대출 △우량주택전세론 등은 0.20%p 내려갔다.

KB국민은행 또한 어제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0%p 인하했다. 구체적으로 KB주택담보대출(신규코픽스‧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각각 최대 1.05%p, 0.75%p 인하돼 적용된다.

특히 실수요자 위주의 상품이자, 그동안 정부 차원의 서민금융 정책에서 다소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세대출 또한 신규코픽스 기준으로 최대 1.30%p(KB전세금안심대출), 0.90%p(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각각 내렸다.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대출금리 인하 지속될까

금융업계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대출 금리의 내림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금융당국이 앞서 언급했듯 가산금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은행권 내 금리산정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시중 은행 내 가산금리 조정이 상대적으로 정부의 압박이 큰 주택대출 부문에 집중돼있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6~7%대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조정이 대출 시장 전체로 확산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은행채 발행이 완벽하게 재개되지 않은 만큼 자금 조달을 위한 명목의 가산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추후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할 경우, 가산금리 인하 조치는 전체 대출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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