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상에도 대출금리 오히려 하락
당국 개입에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도 더딘 흐름
관치와 오락가락 정책에 은행권 금리체계는 ‘혼란’

금통위 회의. 사진.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주 진행된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단행된 가운데, 이러한 금리 인상을 바라보는 은행권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의 소위 ‘관치금리’의 여파로 여신과 수신 상품의 금리 흐름이 기존과 달라지면서 복잡해진 셈법에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 은행권 내 주요 여‧수신 상품의 금리 역시 오름세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 금리정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과 금융채 금리 하락과 같은 지표금리의 변동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또한 각기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권 내 대출금리는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늘 공개될 코픽스(COFIX)가 반영된 이후, 또 한 번의 대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출금리와 동반 상승해오던 예금 금리는 정부의 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오히려 상승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추후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정점을 찍은 예금 금리가 추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업계에서는 이처럼 여‧수신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자연적 인상 흐름을 거스르는 은행권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은행발(發)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에서 인상세는 찾기가 어렵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한은 금통위의 금리 인상 이후 발 빠르게 이를 대출 또는 예‧적금 금리에 반영했던 그간의 행보와는 다소 대비된다는 것이 은행업계의 설명이다.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속도조절에 은행 금리도 ‘멈칫’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진행된 올해 첫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정책의 핵심 변수인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6%대(6.3%)를 찍은 이후 이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올해 첫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한번 ‘긴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이같은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은행권은 정작 이를 관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금통위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은행권에서의 여‧수신 금리 인상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이후, 데일리임팩트가 접촉한 상당수 은행의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내부 논의를 통해 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11월 금통위 직후에도 이와 유사한 분위기가 포착된 바 있다. 당시 은행권 내부에서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여‧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 중”이라며 이전과 달리 신중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베이비스텝’에도 대출 금리는 하락

하지만,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점은 지난주 금통위 직후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오히려 소폭 인하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보이는 통상적인 행보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주 13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8~7.41% 수준이다. 이는 일주일 전(1월 6일)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연 5.08~8.11%) 대비 상단 기준 0.7%p 하락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의 변화 여부를 추종하는 변동형 금리의 특성상,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변동형 대출 상품의 금리 역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변동형 주담대 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며 이를 역행하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은행업계에서는 추후 발표될 코픽스(COFIX)가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 변동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다. 지난달부터 지속된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효과가 반영된 코픽스가 실제 대출 금리에 적용되면 수신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예금 금리 인하가 실제 코픽스(COFIX)를 매개로 대출금리에 전달되는 데는 다소 시차가 있다”며 “예금 금리 인하로 인한 추세적 효과는 다음 코픽스 고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는 오늘 중 발표된다. 이복현 원장의 언급을 반영하면 당장 내일부터 대출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금리인상에도 예금금리는 ‘주춤’

사실, 은행업계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예‧적금을 포함한 ‘수신’ 금리의 변동이다. 기준금리는 올랐지만, 금융당국의 소위 ‘예금 금리 경쟁 자제’ 권고가 여전히 유효한데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당면과제인 대출금리 인상 억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예‧적금 금리의 인상세를 억제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10월 금통위 당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상이 결정된 당일(10월12일)에 예‧적금 금리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10월 금통위 바로 다음 날인 13일부터 최대 1.00%p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이튿날인 14일부터 예적금 39종에 대해 기본금리를 최고 0.8%p 올렸다.

다만 이번 금통위 직후, 은행권은 지난해 11월 금통위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신 금리 인상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 중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일단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한 수신금리의 소폭 인상에 무게추가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 효과로 한때 5%대에 진입하기도 했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이 최고 연 4.10%의 금리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우리WON예금‧연 4%) △신한은행(신한 쏠편한 정기예금‧연 4%) △KB국민은행(KB스타정기예금‧연 3.98%)이 뒤를 이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준금리를 비롯한 채권금리 또한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 여력 또한 점차 감소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일단 기준금리 자체가 0.25%p 인상된 만큼 예금금리의 소폭 인상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관치 금리에 꼬여버린 금리정책

이처럼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금리정책 개입에 은행권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가뜩이나 그동안의 금융당국 발 유동성 공급 정책 동참, 은행채 신규 발행 자제 등 조치에 적극 협력한 상황에서 그간 금융사 자율경영의 영역이었던 금리 부문까지 당국의 간섭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금융당국의 개입이 일관성이 없다는 부분 또한 은행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요소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과도한 예대금리차 축소와 레고랜드 사태를 근거로 한 은행채 발행 중단 요구 등으로 예금 금리 인상을 사실상 강제해왔다.

하지만 4분기에 들어서며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 위축을 포함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지속되자 돌연 ‘은행권의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교란한다’라는 이유로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며 태세 전환을 한 바 있다.

이같은 부자연스러운 흐름은 최근 고정형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역전 현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상적으로 장‧단기 금리차의 여파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자금시장 경색 등에 따른 금리정책의 불안정성의 여파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역전했기 때문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개입이 은행권 내 금리산정 체계와 엉키면서 여·수신 금리의 흐름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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