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지원 서민금융 상품, 실효성 논란에 휘청
안심전환대출 및 금리상한형 등 상당수 상품 흥행 참패
차주 공개될 특례보금자리론도 물음표…실효성이 관건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의 급등으로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 차주들의 보호를 위해 출범했던 정부‧금융당국 차원의 정책금융상품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서민 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 시행해온 신규 금융지원 정책 및 기존 정책의 재정비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제기돼온 소위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례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에서는 소득과 용도에 제한 없이 대출 공급이 가능한데다, 그간 서민금융의 가장 높은 허들로 작용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이 안 된다는 점 등을 들어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상품의 흥행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대의 최저금리를 적용받을 차주가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예대금리차 축소 정책의 여파로 시중은행권 내 대출 금리의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까닭의 일각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나아가 정책금융상품의 ‘잔혹사’가 이번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정부‧여당이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추가 서민금융 정책 ‘특례보금자리론’ 출범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전에 공개된 기존 정책에서 제기된 실효성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취약 차주들의 이자부담 경감 등을 목적으로 기존에 공개됐던 주요 정책들이 대부분 얼어붙은 대출심리, 특히 대출 상품의 실질적인 이자부담 해소 효과에 의문부호가 더해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속해서 서민 및 취약차주 지원을 골자로 한 금융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과 금융업권 내 예대마진 축소 노력의 여파로 대출금리 인상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 및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서민들의 부채 리스크 해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금리 하락세에 "은행권 고금리는 옛말?"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집계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6~6.30%, 변동형 금리는 연 4.60~7.15% 수준에 형성돼있다.

지난해 연말 한때 7%대를 넘어 8%대를 터치하기도 했던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최고 7%대 초반까지 하락한 셈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일부 저신용자를 제외한 신용등급 4등급 이내 차주들 상당수는 최고 5%대 초반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 7월 말 기준, 시중은행권 내 변동형 및 고정형 주담대가 연 3.77~6.20% 수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빅스텝 이전 수준으로의 금리 회복 역시 머지않았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이같은 대출금리의 인하에는 ‘금리 인상 자제’를 언급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자금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금리의 오름세를 부추긴다며 은행권 전반에 ‘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그 결과 경색됐던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은행채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12월 코픽스(COFIX)는 11개월 만에 하락했는데, 이같은 하락세는 다음 달 발표될 1월 코픽스에도 비슷한 추세가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변동형 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의 하락으로 전반적 대출 금리 또한 인하되는 추세”라며 “당분간,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 내부에서도 자체적인 대출금리 인하 조치를 통한 상환부담 감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0%p 인하했다. 이번 조치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2%p 가량 낮추게 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 금융소비자의 이자비용 경감 및 서민 경제 안정화 기여 등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금리 인하를 추가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안심전환대출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흑역사 써내려간 정책금융 상품

하지만, 이러한 금리 오름세의 둔화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들을 위한 소위 ‘서민금융 상품’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금리인상세의 둔화로 추가적인 상환 부담 증가 가능성은 다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간의 급격한 이자 부담 증가로 상환 능력 자체가 이미 감소한 차주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당국의 야심과 달리 그간 선보인 정책금융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일각에서는 출시를 일주일 앞둔 ‘특례보금자리론’ 또한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부호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야심차게 선보였던 △새출발기금 △청년 채무 탕감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등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를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9조4787억원(7만4931건)의 총 누적 신청 금액을 기록한채 마감됐다. 안심전환대출의 총공급 한도가 25조원 점을 감안하면 총한도의 37.9%만 소진된 셈이다.

금리 인상폭을 연간 최대 0.75%p, 5년간 2%p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두차례의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됐던 지난해 하반기(22년 7월~11월) 기준 가입자가 이전 1년간 누적(21년 7월~22년 6월 말) 가입자 대비 4배 이상 늘어나며 ‘반짝 흥행’에 성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시중은행의 금리인상 자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신규 가입 문의가 다시금 줄었다는 것이 은행권 내부의 설명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추후 금리동결 또는 인하를 기대하는 심리가 대출 시장에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특례보금자리론, ‘실효성 논란’ 극복할까

그런 까닭에 업계에서는 다음 주 공개될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여부 또한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물론 기준금리 정책이 추후 또 한번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있는 데다, 소득‧용도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차주들에게 매력으로 어필될 수 있다는 긍정적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기존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정책금융의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오히려 소폭 높다는 점을 근거로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실제로 주택가격 6억원 이하‧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인 차주들은 연 4.65~4.95%, 주택가격이 6억원 이상‧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차주는 연 4.75~5.05%의 금리가 적용된다. 상단 기준 금리의 경우, 여전히 은행권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하단 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오히려 높다.

물론, 최대 0.9%p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면 금리 경쟁력이 크게 확대되지만 깐깐한 기준을 감안하면 우대금리를 온전히 적용받는 차주는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전자약정(0.1%p) △저소득청년·사회적배려층·신혼가구·미분양주택(0.8%p)의 방식으로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례보금자리론 또한 시장금리의 변화에 따라 추가적으로 금리를 매달 조정되는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도 “다만, 은행권 대출 금리의 경우 시장금리뿐 아니라 가산금리 조정을 또한 추가 인하 가능 여력도 있는 만큼 상환플랜 및 자금 사정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