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하락에도 연 7%대 고금리 유지, 이자부담 ‘여전’
대출 감소세에도 지난해 전세대출 잔액 200조원 육박해
고정금리‧정책금융 상품 등 이자부담 경감 노력 지속해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연 3%를 돌파한 기준금리의 오름세로, 금융권 전반적인 대출 상품 금리가 연 7%대에 달한 가운데, 서민 대출의 부실뇌관으로 떠오른 ‘전세대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잰걸음이 본격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세자금 대출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여전히 3%대 후반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 또한 7%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주택 관련 정책금융 상품이 주택 구매 수요자에게 치우쳐져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금융당국 또한 최근 전세자금 대출 차주들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 공급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은행권에서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리스크 예방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코픽스 등 준거금리의 오름세를 은행권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 노력으로 상쇄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만큼 전세대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진 전세대출 금리로 인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주택구매자들 못지않게 커지면서, 예상할 수 있는 ‘전세대출 발(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또한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200조원 육박한 전세대출, 이자부담도↑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집계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780억원 감소한 131조987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0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101조6830억원)은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후 1년 새 20조원 이상 불어난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도 가계대출 잔액의 전반적 감소 추세 속에서도 나 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전세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국내 은행업권 전반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0조원에 육박(193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184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10조원 가까운 전세대출이 신규 발생한 셈이다.

물론, 지난해 연말에 접어들면서 전세대출 또한 일반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소폭 감소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전월 대비 감소 폭 또한 3개월 연속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대출 감소세가 추세화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한다. 4분기가 전통적으로 전세시장의 비수기인데다, ‘투기 목적’의 성격도 동반하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거주 목적 실수요자들의 이용 빈도가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세대출이 지난해 9월 이후를 제외한 모든 달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는 점 또한, 연말 감소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세대출 부담에도 정부 정책은 ‘아직’

정부 역시 이같은 전세대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주택구매 목적의 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차주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유독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가 선보인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대출 등 주거안정 목적의 금융 대책 모두 주택담보대출에 치중된 조치였다. 전세대출 차주를 위한 조치는 사실상 전무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전세 대출’을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의 공급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오는 30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전세대출과 관련한 내용은 빠져있다.

주거 안정화, 기존 고금리 주택 대출의 대환을 통한 부채 경감 등을 목적으로 마련된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 모기지 상품을 통합한 연 4%대 금리의 상품이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 구입 △기존 대출 상환 △임차 보증금 반환 목적을 가진 차주들이 신청 가능한데 구입을 제외한 기존 대출 상환, 그리고 4%대의 비교적 안정적 상환을 기대할 수 있는 금리는 전세자금 대출 차주들에게도 꽤 매력적인 혜택일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담대에 비해 비교적 짧은 대출 기간(2년)을 이용하다보니 주택담보대출의 지원 조치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감내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고정형 출시 등 전세대출 관리 방안도 검토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 역시 전세자금 대출의 향후 리스크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도 당분간 지속될 고금리 기조에서 전세대출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는 취약 차주들의 증가 예측 점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가운데 전세대출 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금공이 대위변제한 금액은 2675억원(5564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 기준 대위변제 금액(1727억원)보다 948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전세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취약층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업계는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금리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정부는 최근 고정형(고정금리) 전세대출 출시 가능성에 대한 은행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세대출의 약 94%는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될수록, 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셈인데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당연히 변동형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고정형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곳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단 두 곳이다. 특히, 양 사의 고정형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는 상단 기준 연 6%대 중반으로 6%대 중후반 수준인 변동형 금리보다 소폭 낮다.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도 1분기 중 고정형 주담대 공급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 또한 기존 9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주금공의 보증 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낮게 책정,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지난해 한국은행이 언급했던 전세자금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관련 논의 가능성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치솟는 금리를 강제적으로 낮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아예 전세대출 문턱 자체를 높여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든 전세대출이 전통적인 ‘거주 실수요자’ 위주의 상품인 만큼 대출 문턱을 높이는 데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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