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등 저평가 기업에 배당확대 서한 등 주주제안
투자자 배당확대 기대감,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배당확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최근 7개 금융지주사에 전달한 '주주환원확대' 관련 서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민석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행동주의 펀드가 저평가된 기업 대상으로 추진 중인 배당 확대 등 주주활동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활동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국내 증시 저평가)와 장기투자 확산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와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들은 배당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동주의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배당 확대, 구조조정 등 기업 지배구조 및 투명 경영 관련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주주 행동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적극적 의사 결정을 제시하는 펀드 운용사를 일컬어 '행동주의 펀드'라고 통칭한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투자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얼라인은 연초부터 고금리 환경 속에 높은 실적을 거둔 국내 금융 지주를 겨냥해 주주들과 이익을 나눌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은 지난 2일 7개 금융 지주(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 DGB금융)에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 주주 서한을 보냈다. 자본 비율과 자산 건전성을 확보한 국내 은행사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늘려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 신한금융은 자본 비율 12% 초과분을 주주들에게 쓰고 배당을 늘리기로 결정 했다. 얼라인의 배당 확대 요구와 신한금융의 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일부 은행사의 지난주 주가는 16% 이상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14일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당시, 흥국생명이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을 위해 추진하는 4000억원 유상증자에 태광산업이 참여하려고 하자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태광산업은 유상증자 입장을 철회했고, 다음날 태광산업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61% 상승했다.

지난 2018년 KCGI 강성부 펀드가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 지배 구조를 개선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약 3년 6개월간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2배 가량 수익을 올린 후 엑시트 했다. 당시 한진칼은 배당성향도 KCGI 개입전 3%에서 50%수준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행동주의펀드 주주활동,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장기투자 확산 영향

투자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이 투자기업 주주환원을 확대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배당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배당 성향 등 미흡한 주주 환원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4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 성향은 분석 대상 45국 중 최하위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제안으로) 배당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배당 확대 정책을 도입한다면, 국내증시 저평가 완화와 함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이 국내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배당정책의 경우, 정책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와 이사회 의결, 게다가 실제 배당금 지급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있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고려 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도 이를 염두해 장기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금융 지주사들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금융 지주사들의 저평가 해소를 원하는 투자자들과 주주환원 정책을 이사회 결의로 공식 도입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간 캠페인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ESG 투자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통 행동주의 펀드들은 2~3년 이상 장기적으로 주주제안을 추진하기에 일반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에 투자 할 경우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주주환원 관련 배당정책은 분기나 연 단위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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