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 태광산업 유증 반대예고..'소액주주가치 훼손'

회계장부공개·감사선임 등 BYC·SM 일감 몰아주기 사태에도 영향'

운용사 주주관여 매년 늘어...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

흥국생명 사옥.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사옥. 사진.흥국생명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진에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운용사들의 주주 관여 활동이 장기투자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해소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유상증자에 대한 반대 입장과 함께 주주 관여 활동을 예고했다.

최근 태광산업은 이사회 소집 계획을 밝히면서 흥국생명 4000억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안건으로 올렸다. 흥국생명은 11월 외화 5억 달러(56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면서 임시방편으로 은행으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를 상환하고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유증이 소액주주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 표했다.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단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흥국생명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흥국생명은 태광산업과 직접 지분 관계가 없으며, 사실상 개인회사로 평가 받는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전체 지분의 56.30%를 보유하고 있고 이 전 회장과 친족의 지분율이 81.95%에 달한다. 나머지 지분은 대한화섬 (10.43%), 일주학술문화재단 (4.70%), 티알엔( 2.91%)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태광산업의 유상증자는 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위한 것이며, 이는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또한 태광산업 이사회가 이번 의사결정을 승인할 경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태광산업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2대주주의 반대에도 태광산업은 오늘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 유상증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향후 주주 활동에도 관심이 모인다.

운용사 주주활동, 소액주주 대변해 BYC·SM 일감 몰아주기 사태에 영향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과거 BYC에도 지분 8.9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2월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한 이후, BYC에 내부거래 감소와 유동성 확대,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등을 주주서한을 통해 전달했다.

지난 9월에는 BYC 오너 일가의 내부거래 사실 확인을 위해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해당 거래가 회사 이익에 어떤 불이익을 끼쳤는지 파악하기 위해 회계장부 공개를 요청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주주로서 경영진에 목소리를 내면서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주 관여 사례도 유명하다. SM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어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받아오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어왔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이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에 매년 인세로 수백억 원을 지급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독립 감사 선임 필요성을 제기했고, 주총을 앞두고 이에 공감한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았다.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제안으로 올린 곽준호(KCF테크놀러지스 전 CFO) 감사 선임안이 가결됐다.

이후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측에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인 주주 관여 활동을 이어갔다. 결국 지난 10월 SM이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조기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시 SM 주가는 10%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운용사 주주활동 매년 늘어...장기투자·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

실제 운용사 주주 관여 활동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주주 관여 횟수는 2019년 195건, 2020년 203건, 2021년 상반기에는 19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운용사들의 주주서한, 비공개 대화 등 주주관여 활동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발간한 주주활동보고서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변동성이 심화된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전략이자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밝히기도 했다.

ESG투자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운용사에게 있어 주주활동은 투자기업 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며 "경영진에게는 (주주관여활동으로) 경각심 주고,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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