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예상된 신한‧NH농협금융 수장 전원 교체에 금융권 ‘술렁’

현 정부 첫 ‘관료 출신 CEO’ 등장에 관치인사 우려도 커져

예정된 우리금융 인사에 ‘촉각’…“향후 기조 바로미터 될 듯”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NH농협금융도 현직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금융업계에서 전망했던 CEO 인사 과정에서의 관치(官治)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기관이 처한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양 사를 이끈 수장들 모두 임기 내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전격 교체가 가져온 후폭풍도 예상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NH농협금융의 경우, 새롭게 수장에 오른 인물이 그간 관치금융‧관치인사의 전형적 모델로 분류돼왔던 ‘관료 출신의 친(親)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추후 남은 금융사의 CEO인사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재차 포착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여기에 민간 금융사의 CEO인사에도 사실상 개입할 수 있다는 과거 발언이 현실화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서,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가 향후 남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금융권CEO인사 기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금융권 CEO 인사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금융권 내부에서 우려해왔던 CEO 인사 관련한 금융당국 및 정부의 관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전(前) 정권과의 차별화를 핵심 기조로 천명해온 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은 인사 변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당국 인사를 중심으로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기조가 민간 금융업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관치인사 우려…우리금융 차기 구도도 ‘안개 속’

당장, 내년 3월 임기종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연임 여부가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불거진 금융당국의 인사개입 이슈가 결국 손태승 회장의 연임건과 맞물려 촉발됐다는 점에서 향후 손 회장의 거취가 현 정권 내 관치금융을 가늠케 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실적을 포함한 성과 측면에서는 연임 자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하나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톱3에 등극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데다 우리금융의 오랜 염원이었던 완전민영화까지 이뤄내며 연임에 부족함 없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사법리스크다. 당장 내일(15일) 대법원은 손태승 회장 등 2명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는데, 해당 결과에 따라 ‘사법적 잣대’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손 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는다면 연임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함과 동시에, 최근 내려진 라임펀드 관련 제재안 또한 동력을 잃게 된다.

반면, 기존 판결이 뒤집혀 유죄가 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연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현재 손 회장이 받은 중징계(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게 손태승 회장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연임 도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CEO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그 과정에서 이사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의 발언이 사실상 손태승 회장을 향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라임펀드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 의결 이후, 우리금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손태승 회장 역시 최근 회장 연임 도전 여부 등을 포함한 거취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손병환 현 NH농협금융 회장(왼쪽)과 차기 회장에 선임된 이석준 전 국무기조실장. 사진. NH농협.
손병환 현 NH농협금융 회장(왼쪽)과 차기 회장에 선임된 이석준 전 국무기조실장. 사진. NH농협.

尹정부 첫 관료 출신 CEO 등장에 ‘술렁’

이미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관치금융에 따른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 임기종료를 앞둔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가 이미 진행된 가운데, 이들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기조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로써 이석준 차기 회장 단독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관료 출신 금융권 CEO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실, 금융업계에서는 큰 변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2조2919억원)을 기록하며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이자이익‧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을 견인하는 등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1조9717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실적 기록을 재차 경신하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임추위의 선택은 관료 출신 외부 인사였다. 사실 그동안 NH농협금융을 거쳐 간 6명의 회장 가운데, 내부 출신 인사는 1대 신충식 회장과 현 손병환 회장이 유일했다. 나머지 전직 회장(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는 NH농협금융이 가진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농어민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영위하는 농협금융의 특성상, 정부와의 협력 및 교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과거에도 당시 정권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암묵적으로 회장에 앉혀왔다는 것이 금융업계 내부의 목소리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초 손 회장의 연임을 점쳤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문재인 정부와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이 성과를 인정받아 회장에 오른 인물이었다는 점”이었다며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사실상 친정부 인사로 회장이 바뀐 건 자체는 향후 현 정권의 인사 기조를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 사진. 신한금융.
차기 신한금융 회장에 선임된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왼쪽)과 조용병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 사진. 신한금융.

민간영역 관치인사도 확대될까

사실 금융업계에서 더욱더 주목하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손태승 회장과 같은 민간금융 영역에서의 관치인사 가능성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을 중심으로 CEO인사에 사실상 개입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상황에서 첫 시발점이었던 신한금융지주의 전격적인 회장 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했다. 애초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현 회장은 지난주 진행된 회추위 최종면접 당시,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을 쏟아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였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조용병 회장이 사실상 현 정부의 암묵적 압박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이 지배구조상 정부의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금융지주사임에도 전격적으로 ‘자진 용퇴’ 형식의 교체가 단행된 것 자체는 조 회장과 정부 간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러한 현 정부의 ‘신(新)관치’ 흐름에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일단 금융당국에서는 최근 진행된 일련의 인사와 관련해 “당국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이복현 금감원장)”라며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향후 CEO 인사를 앞두고 있는 일부 금융사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원 행장의 후임 인선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윤종원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 이슈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던 기업은행은 현재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차기 행장에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올해 인사에서는 빠졌지만, KB금융, 하나금융을 비롯한 주요 지방금융지주들도 현 정권에서 회장들이 임기가 종료된다. 정부 출범 초기에 강도 높은 ‘관치인사’ 흐름이 포착될 경우, 정권 내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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