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10명 중 7명’ 사외이사 임기 종료 앞둬
관치 흐름 속, 금융당국은 ‘이사회 역할 제고’ 주문
업계선 “이사진 구성에 영향 미치진 않을 것” 전망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끝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이어진 국내 금융지주 내 굵직한 CEO인사 시즌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그동안 비교적 주목을 덜 받았던 금융지주 내 사외이사 인사가 새로운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내 사외이사진 중 상당수가 오는 3월 말 중 임기가 종료되는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소위 ‘관치 논란’이 사외이사 선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지주사의 회장 인사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진 인사에도 사외이사진이 참여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 등의 조직이 영향력을 미치는 특수성을 감안한 듯, 금융당국 또한 이례적으로 사외이사진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뉘앙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내부에서도 그간 금융지주사 내 사외이사진이 그동안 ‘친(親)정권’ 논란 등 정치적 성향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새롭게 임명되는 사외이사진 또한 현 정권과 가까운 법조계‧관료 또는 검찰 출신 인물이 상당수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상당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일련의 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통해 관치 흐름이 사실상 명확해진 만큼, 사외이사진 인사에까지 관치의 입김을 불어 넣는 것은 금융사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올해 인사 시즌에서의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 3월 말로 예정된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진 선정이 새로운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금융지주사 내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논란 해소를 위해 사외이사진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군불을 땐 가운데,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배구조 선진화‘를 언급하며 사외이사 개편 움직임에 화룡점정을 찍은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청와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현장. 사진. 대통령실.
지난 1월 말 청와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현장. 사진. 대통령실.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도 "관치"

실제로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권 내 인사 시즌을 앞두고 한목소리로 CEO 선임과정의 공정을 언급하면서 금융지주사 내 ‘사외이사진’의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내 은행 이사회 의장단과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고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던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해 말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금융사의 경우, CEO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회사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선임 절차가 어떤 기업보다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사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금융당국의 당면과제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어떤 측면에서 국방보다 더욱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의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소위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사개입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당시 발언의 대상이 이종 산업계의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금융회사는 아니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신한금융.

사외이사 ‘인사 태풍’ 부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진화에도 금융업계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앞서 언급했듯 오는 3월 말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진의 상당수의 임기가 종료되는데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상당 부분 정권 차원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내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약 70%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사 내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진도 대거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약 10명 중 7명꼴로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대다수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진은 최대 연임 횟수를 채워 내규상 연임이 불가능한 일부 이사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이사진은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영진뿐 아니라 사외이사진 역시 큰 폭의 변화가 오히려 지배구조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당시 지주사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배경 때문이었다.

통상적으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지배구조 및 경영권의 안정을 위해 이사회 역시 동일한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연말부터 터져 나온 금융당국의 관치 발언이 실제 지주사 회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일련의 CEO 교체 흐름과 맞물려 사외이사진 역시 대부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금융지주사 내 한 고위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물론 지난 정권 내 선임 된 사외이사 중 참여정부, 국민의정부 등 민주당 정권 내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이 대거 포함된 바 있다”며 “문제는 현 정부가 어느 정도의 사외이사진 변화, 사실상 ‘친(親)정권 인사’의 포함 수준을 원하는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공동취재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공동취재사진

금융권은 ‘인사 개입은 어려울 것’ 입장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사외이사진 선임에도 일정 부분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전 정권에서도 금융지주사 사외이사회에 ‘친정권’ 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함된 바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부와의 소통을 위한 금융사의 자율적 선택이 기반이 됐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금융지주사 인사 과정에서의 사외이사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만약 금융당국이 개별 기업의 사외이사진 선임에까지 관여할 경우 자칫 경영권 침해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 발표된 ‘2023년 금감원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사 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통제 강화의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은 평균 7000만~80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사는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지급하고도 있는데, 일각에선 이같은 과도한 연봉이 자칫 금융사의 거수기 역할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금융업계에서는 일련의 관치 흐름이 당장 이사회의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명 최근 금융당국의 스탠스에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이사회에 대한 개입보다는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내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장 오는 3월 말로 지주사 내 일부 이사진 임기가 종료되지만, 통상적인 ‘2년+α’ 임기 관례를 감안하면 실제 이사회를 떠날 이사진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로 아직 사외이사진 후보 추천을 위한 위원회 구성도 구체화한 곳은 없는 곳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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