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스트 공개 D-1, 내부인사 무게 속 ‘임종룡 변수’
임 전 위원장 이름 올릴 시 ‘관치 논란’ 확산 가능성↑
금융사 ESG경영 중 거버넌스 부문에도 영향 불가피

금융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장관 회장후보 포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금융노조.
금융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장관 회장후보 포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금융노조.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사를 앞두고 금융업계의 시선이 소위 ‘낙하산 인사’의 재림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출범 이후, 외부 인사의 연이은 회장직 수행으로 부침을 겪은 이후 내부 인사 체제로 경영진을 꾸려온 우리금융그룹에 또 한 번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전문가는 확실한 차기 구도가 사실상 정해져 있었던 기존 금융지주사의 회장 인사와는 달리, 이번 우리금융의 경우 확실한 차기 구도가 형성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되는 사실상 급작스러운 인사라는 점에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 나아가 금융지주사 전반의 지배구조에 적잖은 변화와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약, 외부 인사의 회장 선임이 확정될 경우 현 정부들어 사실상 첫 관치 인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민간 금융사로의 관치 논란 또한 당분간 확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내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진행된 임추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8명이 포함된 ‘롱리스트’를 선정한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와 자체 평가 결과를 토대로 후보군을 줄인 것이다.

우리금융은 공식적으로 8인의 롱리스트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업계 내외부의 의견을 종합하면 내부인사로는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부 인사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포스트 손태승, 내부? 외부?

일단 금융업계 내외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내일 공개될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은 소위 ‘친(親) 손태승’계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이원덕 행장은 손 회장 임기 중 우리은행 최고재무관리자(CFO), 우리금융지주 전략 담당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인물이다. 특히, 손태승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평소 깊은 유대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또한 손태승 회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은행 출신으로 기업 여신 측면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춘 박화재 사장은 지난해 우리은행장 인사 당시에도 이원덕 당시 수석부사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특히, 이원덕 부사장이 행장에 선임된 이후에는 지주사 출범 이후 사상 최초로 신설된 사장직에 임명되며 소위 ‘이원덕(행장)‧박화재(사업지원총괄사장)‧전상욱(미래성장총괄사장)’의 3각 편대의 한 축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다른 내부 인사 중에서도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우리금융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애초 연임 가능성이 유력했던 손태승 회장이 ‘자의 반 타의 반’의 영향으로 갑작스레 용퇴를 결정한 상황에서, 오랜 기간 손 회장과 발을 맞춰온 두 사람에게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리더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지난해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로 내부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이번 회장 인사 이슈로 더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라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경쟁 뛰어든 임종룡, 관치 논란 극복할까

하지만, 이번 우리금융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인사는 바로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유력하기 점쳐지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사실상 이번 차기 회장 인사의 핵심 화두로 급부상한 소위 ‘관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 또한 임 전 위원장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력만 놓고 보면 임종룡 전 위원장 또한 차기 회장으로 손색이 없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이미 지난 2013년 NH농협금융지주의 회장에 임명되며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의 경험을 한 차례 한 바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에는 금융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돼 2년간 임기를 수행하기도 했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과도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으로의 공적자금 투입, 우리은행의 민영화 등 우리은행을 둘러싼 숱한 굴곡의 현장에서 정부의 경영간섭을 지양하고 금융사의 자율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관치를 지양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해온 임 전 위원장이 이제는 ‘관치 인사’의 중심이 돼 우리금융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 또한 이같은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우리금융 노조에서는 임종룡 전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인사의 회장직 도전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는 성명을 내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차기 회장에는 조직 안정화와 시스템 재정비에 역량을 보여줄 내부 출신 인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랜 기간 현업에서 멀어져 있던 올드보이들의 과도한 욕심, 내부상황을 모르는 전문성 떨어지는 외부인사의 도전에 매우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사진. 금융노조.
사진. 금융노조.

관치 논란, ESG경영도 ‘흔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우리금융의 인사가 향후 금융지주사의 관치 흐름을 가늠할 변곡점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인사가 단순히 특정 금융지주사의 회장 교체를 넘어 금융지주사의 경영진 인사를 포함한 전반적 지배구조 변화에 던지는 메시지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지주사 인사의 투명성 확보, 나아가 사실상 금융사 CEO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임추위 전반의 역할 제고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CEO의 연임 횟수 및 총 임기 제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내 CEO 본인 추천 제한 △임추위 및 회추위 구성 시 사외이사 참여 의무화 등을 해결책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미 CEO연임 제한, 임추위 및 회추위 내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꽤 오랜 기간 반복돼온 ‘관치’와 ‘내치’의 해묵은 논란 해소는 최근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의 관점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시행된 ESG평가 중 ‘거버넌스(G)’부문에서 전년 대비 한 단계 떨어진 B+(A→B+) 등급을 받았다. 이밖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또한 전년 A등급에서 한 단계 하락한 B+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등급이 하락한 금융사의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 불거진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였다. 하지만 해당 이슈의 처리 과정에서 금융사 CEO의 제재 건이 논란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버넌스(G)’ 부문의 평가 요소에는 내부통제, 이사회 리더십, 지배구조 등 요소 등이 포함되는데 여기에 ‘최고경영자(CEO)’ 또한 포함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