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주총서 선임여부 결정되는 임종룡, 진옥동
任, 대규모 인사에 외부활동 까지 ‘광폭행보’
잠행 이어가는 進, 안정적 경영권 승계에 집중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왼쪽)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오른쪽). 사진. 각 사.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왼쪽)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오른쪽).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권 내 정기주주총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다소 상반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우선 양 사 모두 큰 틀에서 핵심 계열사 CEO를 전면 교체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변화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우리금융은 ‘변화 속 혁신’, 신한금융은 ‘변화 속 안정’을 꾀하면서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차기 회장 내정자들의 상반된 행보 또한 눈길을 끈다. 취임 전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와 달리,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은행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별다른 외부 활동 없이 조용병 현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 사의 상반된 행보가 결국 차기 회장의 출신, 즉 외부 인사 영입과 내부 인사 승진이라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외부 출신을 회장에 내정한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취임 초 조직 안정화, 내부 승진인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체제에서의 경영드라이브 가속화가 초기 안정화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금융지주 중 ‘유이한’ 수장 교체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다음 주 23일과 24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선임을 확정한다.

이미 조직 내부의 승인을 얻은 데다 ISS와 같은 국제 의결자문사도 진 내정자와 임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큰 무리 없이 회장 선임 건은 주총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옥동 회장의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최근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두 회사의 회장 인사는 정부 발(發) ‘관치 인사’ 논란과 맞물리면서 지난 몇 개월간 금융업계 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회장 선임을 위한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전격 용퇴를 결정했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또한 차기 회장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두 회사 모두 교체를 전제에 둔 인사 검증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신한금융은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 우리금융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 내정자로 확정했다. 두 사람 모두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결격사유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일부 낙하산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인사 과정에서는 과거 ‘관치 논란’ 수준의 큰 잡음은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사진. 우리금융그룹.

인사‧조직개편, ‘안정과 변화’ 맞서

양 사는 차기 회장 선임 이후, 정기주총을 앞두고 경영진 및 사외이사 개편 그리고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특히 자회사 경영진 및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CEO 교체기라는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요 계열사 및 사외이사진 교체가 단행된 가운데, 이 같은 변화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실제로 2주 전 우리금융 계열사 10여 곳의 CEO 인사를 단행했던 우리금융은 최근 우리은행 자회사인 윈피앤에스(윈P&S) 대표에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우리은행 미국 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에 정석영 전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장(부사장)을 추천했다.

또 최근까지 우리금융지주에서 브랜드 부문을 담당했던 황규목 전 부사장은 W서비스네트워크 대표에, 신광춘 전 우리은행 기업그룹장은 원모기지 대표로 내정됐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의 CEO를 교체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애초 선임된 한용구 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한 달여 만에 사임하면서 정상혁 현 행장이 바통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2년 이상 재임 후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대표 전원을 교체한 우리금융과 달리 신한금융은 은행, 카드, 보험, 금투 등 핵심 계열사를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 CEO의 연임을 결정했다.

또 우리금융이 지주사 내 상당수 부문장을 교체하며 변화의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반면, 신한금융은 지주사 내 핵심 계열사를 제외한 상당수 경영진의 연임을 결정하며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꾀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상적으로 지주 회장 교체기에는 소위 ‘자기 사람’을 요직에 배치하는 차원의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만, 내부 승진인 진 내정자는 안정을, 외부 인사인 임 내정자는 변화에 다소 무게추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신한은행.
사진. 신한은행.

취임 앞둔 두 선장 ‘상반된 행보’

이 같은 차이는 차주 선임될 양 사의 차기 회장 내정자들의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임종룡 내정자가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진옥동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다소 조용한 잠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종룡 내정자는 지난달 3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임된 이후 노조방문(9일), 영업점 현장방문(27일)에 연이어 나섰다. 특히, 이달 초 단행된 대규모 인사에서도 우리금융은 이례적으로 “회장 취임 전이나 신임 회장의 의지를 담았다”라는 설명으로 이번 변화에 임종룡 내정자의 의지가 더 강력하게 반영돼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손태승 현 우리금융회장은 임 내정자와는 달리 지난 2월 초 이후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국제가전박람회(CES), 경영포럼 등 차기 회장 선임 후에도 외부 활동에 나섰던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과 비교해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역시 두 사람의 출신, 즉 외부 인사 영입과 내부 인사 승진이라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종룡 내정자의 경우 관치, 낙하산 등 인사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쌌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 행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직후, 본사 인근 서울연수원에 사무실을 마련한 임 내정자는 지속적으로 계열사 및 지주사 내 업무보고를 받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내부 사정에 다소 취약할 수밖에 없는 외부 출신 인사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행사에 참석한 (왼쪽부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경선 신한DS 대표,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행사에 참석한 (왼쪽부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경선 신한DS 대표,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반면, 앞서 언급했듯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진 회장 내정자는 특별한 외부 활동 없이 업무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직 조용병 현 회장의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조 회장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진옥동 내정자의 경우 이미 신한금융 내부 사정을 꿰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도모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미 주요 보직에 소위 진 내정자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취임 후에도 경영전략 추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