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전 6기’ KB금융 노조 사외이사 추천 재도전
금융권에선 노동이사제 도입 ‘반사이익’ 가능성도
현실적 어려움 속, ‘이사회 다양화’ 기조에도 주목

국회앞에서 진행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관련 입법 기자회견. 사진. 금융노조.
국회앞에서 진행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관련 입법 기자회견. 사진. 금융노조.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빅 이벤트 중 하나인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 내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이른바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전문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의 문턱을 낮추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그동안 금융노조와 업계 내부의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주총의 문턱을 넘은 바 없는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 적기가 바로 올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KB금융 노조가 ‘여섯 번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일부 국책은행 또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재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권 사외이사 10명 중 7명꼴로 오는 3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 또한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사측과 주주들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다, ‘반(反)노조’ 색채가 짙은 현 정부 역시 노조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경제계의 거센 반발에 그동안 도입이 여러 차례 좌초됐던 노조추천이사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말 그대로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계 노조 측은 그동안 소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국책은행의 사외이사들로 인해 경영의 투명성이 저해된다며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진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노조추천이사제와 유사한 내용의 ‘공공기관 대상 노조이사제’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 시행된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공공기관을 넘어 소위 ‘친노조’ 성향의 사외이사 선임을 꾸준히 시도해왔던 시중 금융 업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사진. 공동취재사진

물꼬 튼 공공기관, 민간으로 확대될까

지난해 초 통과된 ‘공공기관 내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임이사 중 1명을 반드시 소속 근로자로 선임하고 있다.

노조 추천 이사는 해당 회사에서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 가운데 근로자 대표(노조)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사람으로 선임된다. 이들은 기존 이사회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발언권 및 의결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임기 역시 통상적 수준인 ‘2+1’ 년으로 보장받는다.

현재 노동이사제가 적용되는 공공 금융기관은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등 총 5곳이다. 이미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달 초, 이효준 전 서금원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노동이사로 선임했다. 현행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이후, 금융 공공기관에서 선임된 첫 번째 노동이사다.

이밖에 공공 금융기관 4곳 또한 노동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노조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상당수 공공 금융기관 비상임이사들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시간적 여유는 있는 편”이라며 “노동이사 후보 추천을 포함해 실무 절차와 세부 일정은 사측과 협의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공공 금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바로 국책은행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해당 금융기관 노조들은 이번 노동이사제 시행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이미 노조 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최근 취임한 김성태 행장이 내부 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도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 KB국민은행.
사진. KB국민은행.

5전 6기 도전, 이번엔?

이처럼 공공 금융기관을 시작으로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이 시동을 건 가운데, 민간 금융사에서도 비슷한 도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일부 공공 금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해당 논의에 불씨를 지핀 상황에서 그동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 나선 민간 금융사를 중심으로 이같은 흐름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업계에서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의 이사진 진출을 시도한 바 있는 KB금융 노조는 올해도 도전에 나선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처음 도전한 이후, 총 5차례 도전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를 맛본 바 있다.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오는 3월 말 진행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KB금융 노조는 최근, 임경종 전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이사회사무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낸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주주들의 과반 동의 실패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 노조는 이번에도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6번째 도전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임경종 전 대표는 해외사업부문 정상화와 리스크관리, 영업력 강화 측면에서 최적의 후보자”라고 추천 이유를 언급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올해도 이같은 노조의 도전이 주총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전히 경영진과 상당수 주주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다 노조 측이 밝힌 ‘해외 경쟁력 강화’라는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의 당위성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노조추천 이사, 이사회 입성 가능할까

다만, 그럼에도 금융시장에서는 만약 KB금융이 예상을 깨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전격 찬성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이러한 바람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실상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금융당국이 ‘노조의 다양성’을 언급하며 이사회의 변화를 주문한 점 또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가능성을 높여주는 근거로써 주목된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뿐 아니라 안정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 노조가 추천한 이사진이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에 찬성한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물론 최근 현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당시 발언과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지만, 이를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강하게 나온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은 ESG경영 측면에서도 지배구조(G), 즉 거버넌스 부문과도 직결돼있는 사안”이라며 “특히,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노(勞)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외부 입김에 대응하기 위한 노조 추천 이사진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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