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유력했던 IBK기업銀, 내부출신 CEO 연이어 선임
논란 의식한 금융당국의 ‘의도적 선 긋기’란 설명도
‘숙원 사업’ 노조추천 사외이사 추천도 유력 예측

김성태 기업은행장. 사진. IBK기업은행.
김성태 기업은행장. 사진. IBK기업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한동안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금융업계 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소위 ‘관치(官治) 이슈’가 업권 내 인사 시즌 종료와 함께 다소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일각의 예상대로 일부 금융지주사가 직간접적인 관치 여파로 유의미한 인사 변화를 맞닥뜨린 가운데, 당초 유력한 관치 대상으로 분류됐던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이 관치 이슈에서  다소 비켜난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현 정부 출범과 CEO의 임기 종료 시점이 맞물리며 관치 인사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오히려 아직까지 단 한 명의 관치 인사 없이 모두 내부 인사가 CEO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남은 주요 계열사의 CEO 인사에서도 상당수 외부 인사보단 내부 인사의 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업계 내부에선 이같은 ‘관치 청정’의 기세를 몰아 IBK기업은행이 숙원이었던 ‘노조추천이사’의 도입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성태 행장이 내부 출신이라는 점은 첫 노조추천이사 도입 가능성을 높여주는 핵심 근거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부 출신 인물을 신임 행장으로 선임한 IBK기업은행이 이후 진행 중인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내부 인재를 적극 등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업권 내에 광범위하게 불어닥친 관치 폭풍에서 한 발 비켜나 있다는 점에서, ‘관치 청정 구역’이라는 표현으로 IBK기업은행을 설명하기도 한다.

서울시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 IBK기업은행
서울시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 IBK기업은행

‘관치는 No’, 내부인사 중용하는 IBK

실제로 김성태 신임 행장을 맞이한 IBK기업은행의 계열사인 IBK캐피탈은 최근 함석호 기업은행 경영전략본부장 겸 부사장을 신임 IBK캐피탈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1989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한 함석호 대표이사는 이후 1993년 IBK캐피탈에 입사한 후 기업금융부장, 경영전략부장,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1년에는 부사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함 신임 대표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사상 첫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IBK캐피탈은 기업은행 자회사 중 실적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분류된다. 당연히 관료 출신을 포함한 상당수의 외부 인사들이 CEO 자리를 노리는 계열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그간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해온 IBK캐피탈 CEO 인사에도 이번에는 관료 출신의 낙하산 등장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여신 운용과 경영 관리 영역에 있어 풍부한 업무 경험과 탁월한 역량을 두루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가 이 같은 이례적인 인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해 상반기, 나란히 임기가 종료된 IBK연금보험 신임 대표에는 서치길 기업은행 경영전략 부행장, IBK투자증권 대표에는 서정학 IBK저축은행 대표가 내정됐다. IBK시스템 또한 최근 김윤기 전 IBK기업은행 준법감시인 부행장을 신임 대표로 부임했다. 현재까지 단행된 기업은행 포함 자회사의 신임 CEO 모두 계열사 간 인사이동, 내부 승진 방식으로 선임된 것이다.

아직 기업은행 계열사 가운데 CEO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곳은 IBK저축은행, IBK신용정보, IBK서비스 등이다. 이 중 관심사는 IBK신용정보 인사다. 그간 IBK신용정보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등 관(官) 출신 인사들이 CEO를 맡아왔다. 이번 인사에서도 일단 관료 출신 인사의 부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지만, 내부 인사를 CEO에 선임한 IBK캐피탈의 ‘깜짝 인사’ 기류가 IBK신용정보에까지 스며들 가능성도 있단 분석도 나온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IBK창공 마포'를 방문해 육성기업 中 하나인 '씽즈'의 이원엽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사진. 기업은행.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IBK창공 마포'를 방문해 육성기업 中 하나인 '씽즈'의 이원엽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사진. 기업은행.

‘최대 주주’ 정부, “이번엔 관치 없다?”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IBK기업은행은 관치 인사의 바로미터 성격을 지닌 금융사 중 한 곳으로 분류됐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정부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국책은행 중 하나인 데다 그간 CEO 인사 과정에서 일부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윤종원 전(前) 행장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은 반복됐다. 노조가 직접 윤 전 행장의 본사 출근 저지에 나서는 등 다소 홍역을 치렀지만, 선임 이후에는 비교적 노조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과와 내부 결속 등 여러 방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IBK기업은행장 인사는 금융업계 내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특히 윤종원 당시 행장의 임기가 아직 6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장 내정설이 불거지자 관치 논란이 다시금 재점화되기도 했다.

물론 당시 논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 전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력을 문제 삼은 여당 측 반발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임기가 아직 남은 윤 전 행장이 갑작스레 정부 요직 후보군 하마평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현 정부가 특정 인물을 차기 행장에 앉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 바 있다.

업계 내부에선 정부 출범 초기부터 관치 유력대상으로 분류된 IBK기업은행의 인사에 대해 정부가 다소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세간의 예상대로 국책은행 인사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인물이 포함된다면 관치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의도적인 관치 회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무래도 정부 측 지분이 절반을 넘는 기업은행의 지배구조 특성상, 관치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 “오히려 그 점에 부담을 느낀 금융당국이 의도적으로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전체 지분의 59.5%를 보유한 기획재정부다. 한국산업은행(7.2%), 국민연금공단(5.37%), 수출입은행(1.84%) 등의 공기관 지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기업은행 지분의 72% 이상을 보유한 셈이다.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사진. 기업은행.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사진. 기업은행.

노조추천 이사제 탄력받나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관치 기류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기업은행 내 인사 흐름이 사상 첫 ‘노조 추천 이사’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추천 이사란, 말 그대로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간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에 꾸준히 노조추천 이사의 이사회 입성을 촉구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진에 합류할 경우, 경영 투명성 나아가 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윤종원 전 행장의 경우, 앞서 언급한 지난 2020년 1월 첫 출근길 내홍 당시 노조와 만나 ‘노조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노조가 추천한 이사는 금융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은행은 올해도 노조추천 이사의 사외이사진 합류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 중 처음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면서 청신호를 켠 데다, 김성태 현 행장 또한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조 측의 니즈를 잘 알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장을 포함한 상당수 계열사 CEO가 내부 인사로 채워진 상황에서 사외이사진에도 노조 측 인사가 합류할 경우, ‘최대 주주’인 정부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일부 기류도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간담회에서 “큰 틀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권 노조가 이사진 구성에 관여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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