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행권 고정·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비중 공표
여전히 고정형 비중 높지만 신규 기준으론 고정형이 앞서
은행권, 변동성 고려해 ‘고정형 장기대출’ 출시에는 난색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부터 국내 예금은행의 고정·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중 공표를 시작하는 가운데 그간 고금리 기조 속에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했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고정형 주담대)’의 활성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리 인상 사이클 속에서도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한 변동금리형 주담대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그간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맡겨온 고정형 주담대 활성화에 금융당국이 사실상 직접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는 고정형 상품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추후 금리변동성을 고려하면 장기 대출 상품의 고정금리 적용에는 다소 있다.

여기에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연내 ‘연 3%대’ 주담대의 등장 등 실제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또한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차주들은 보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공개되는 '2023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공표에서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변동 금리 비중 등을 추가 공시한다. 구체적으로 △예금은행 고정‧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비중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예금은행 저축성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의 1년 이상 2년 미만 금리를 추가로 공표하게 된다.

금통위 현장. / 사진=한국은행.
금통위 현장. / 사진=한국은행.

변동‧고정형 금리 공표하는 한은

그간 한국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주요 대출상품의 평균 금리를 공표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대기업 대출 △중소기업 대출 △가계대출 등 큰 범위에서의 금리만 알 수 있었다.

특히 일반 차주들의 주로 사용하는 주담대의 경우, 금리 형태와 상관없이 전체 예금은행의 평균 금리만을 공개해 왔다. 당연히 차주들은 한국은행의 공식 지표를 통해서는 유용한 금리 정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한은의 결정으로, 당장 오늘부터 주담대의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은행별 자료를 취합해 공개되는 기존 자료와 달리 한은이 공식 집계한 수치라는 점에서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크게 △변동형 △고정형 △혼합형의 세 가지로 나뉘어 공급된다. 우선 변동형이란 차주가 부담하는 금리가 대출약정기간 중에 특정 금리에 연동돼 일정 주기별로 변동되는 대출이다. 대표적으로 코픽스(COFIX) 금리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데 코픽스는 매월 한 차례 공개된다. 사실상 매월 코픽스 발표 전후로 변동형 대출 차주가 적용받는 금리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고정형의 경우, 차주가 부담하는 금리가 대출약정기간 중에 변동되지 않고 만기 시점까지 일정 수준으로 금리가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혼합형은 앞서 언급한 변동형과 고정형이 혼합된 형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호한다는 것이 금융시장 내 통념이다. 기준금리와 이를 추종하는 지표금리 인상분이 즉각 반영돼 오름세를 지속하는 변동금리와 달리, 고정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대출 약정 시점의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은행업계뿐 아니라 정부 및 금융당국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고정금리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금리인상기에도 국내 차주들은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를 선호했다. 추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금리는 고정형보다 변동형이 더욱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잔액 기준)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6%로 변동금리 비중(7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올해 1월 고정금리 비중(24.2%)보다는 2.2%포인트(p) 가량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21년 7월(26.5%)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고정금리 활성화 마중물 될까

다만,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기 차주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정금리 활성화를 주문하면서 고정금리 비중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신규취급액 기준) 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7.5%로 42.5% 수준을 기록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앞질렀다.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변동금리를 앞지른 건 지난 2020년 1월 이후 3년 2개월여 만이다. 2020년 1월 당시 고정금리 비중은 50.2%로 변동금리 비중(49.8%)을 0.4%p 가량 앞선 바 있다.

신규취급액이란 누적 잔액이 아닌 해당 시점에 새롭게 발생한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한다. 쉽게 말해 지난 3월 신규로 대출받은 차주 10명 중 약 6명이 고정형 금리를 선택한 셈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금리경쟁력 우위를 점한 것이 비중의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정형 금리에 대한 차주들의 선호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지난 25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2%~5.11%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연 3.98%~5.38%)보다 상‧하단 모두 0.2%p 가량 낮은 수치다.

은행업계에서도 고정형 주담대 상품 확대를 위한 라인업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고정형 주담대 확대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평균 20~30년의 대출 기간 동안 시장금리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보니 섣불리 고정형 금리를 적용했다가 만에 하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도래할 경우,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은행업계 현장에서도 고정형 금리 상품보다는 변동형 금리를 우선 추천하는 것이 관행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 내 고정형 상품 취급 비중 목표치를 최소 5% 가까이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국에 이어 한은까지 나서 고정형 상품의 확대를 사실상 권고하는 상황인 만큼 은행권 또한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기채권에 대한 투자 니즈가 높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고정형 금리를 더 많이 운영할 경우 이에 수반하는 위험성 또한 오롯이 은행권에서 맡아야 한다”며 “앞으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운용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지만 최대 30년 이상인 장기 대출 상품에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고정 vs 변동, 신중히 고려해야

은행권 관계자들은 물론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형 상품이 이자 부담 측면에서 다소 이득이지만, 최근 금리 기조를 고려하면 다시 변동형 상품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가 3회 연속 동결되면서 사실상 긴축 종료가 예견된 가운데, 대출 금리 또한 더는 인상될 여력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은행채 등 일부 지표금리는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형 주담대에 적용되는 코픽스 금리는 향후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과 고정형 모두 연 3%대(하단 기준)에 진입했다. 한때 하단이 연 5%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아직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확실한 시그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적어도 오는 상반기까지는 고정금리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정형과 변동형 사이에서 적절한 판단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생활자금 목적의 단기대출을 염두에 둔 차주의 경우에는 현재 낮은 금리 수준을 보이고 있는 고정형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반대로, 상환기간이 다소 긴 대출을 필요로 하는 차주는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변동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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