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고정금리 비중 지속 확대
금리 경쟁력 앞세워 점유율도 50% 진입 ‘코 앞’
당국도 직접 개입…업계에선 “상환계획 고려해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긴축 강화 장기화 전망이 다시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 대출 시장에서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는 고정형 금리상품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빠르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던 지난해 한국은행의 입장이 사실상 ‘추가 인상’으로 선회한 상황에서 전체 대출 시장의 80% 이상의 비중을 보여온 변동금리 선호도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일련의 경제지표를 근거로 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만큼, 국내 기준금리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인상 기조를 유지해나간다면 고정금리가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 또한 주요 시중은행에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주문하는 등 당국이 직접 고정금리 활성화에 개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흐름이 추세화 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리 흐름 또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만큼 차주들 스스로 자금 상황과 대출 상환 계획을 고려해 고정 또는 변동 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준에 이어 한국은행도 당분간 고금리 기조, 나아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확대되기 시작한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7%대에 육박했던 주요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권의 인위적 금리 인하 조치에 5%대 수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은행채, 국채 등 주요 지표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대출 금리 반등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 족의 급증으로 한계치에 도달한 가계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은 여전히 국내 금융‧경제시장의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은 리스크의 해소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적극적인 고정금리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또한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미 기준금리. 디자인. 김민영 기자.

고금리=고정금리, ‘깨진 공식’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호한다는 것이 금융시장 내 통념이었다. 기준금리와 이를 추종하는 지표금리 인상분이 즉각 반영돼 오름세를 지속하는 변동금리와 달리, 고정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대출 약정 시점의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은행업계뿐 아니라 정부 및 금융당국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고정금리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차주들은 금리인상기에도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를 선호해왔다. 추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금리는 고정형보다 변동형이 더욱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으로 기준금리가 사상 첫 3%대에 진입했던 지난 10월 초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44%~6.87% 수준이었다. 이는 4.75%~7.31% 수준을 보였던 고정형 주담대 금리보다 상‧하단 모두 0.3%p~0.4%p 정도 낮은 수치다.

이처럼 변동형 상품은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전체 대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2.6%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변동금리 비중은 이후에도 단 한 차례의 역전 없이 고정금리보다 우위를 점해왔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금리경쟁력 우위’, 비중 앞선 고정형

하지만 이 같은 변동형 금리의 압도적 우세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고정형 상품의 금리 경쟁력이 조금씩 변동형을 따라잡고 있다는 수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급등한 채권 금리의 안정화는 고정금리 하락추세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의 지속으로 오름세를 이어간 변동형과 달리, 금융채를 추종하는 고정형은 전반적인 은행채 금리의 안정화 속에 오히려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2~6.23%로 집계됐다. 이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4.2%~6.01%) 대비, 상단 기준 0.2%p 가량 높은 수치다. 변동형 금리가 고정형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그간 보여온 금리경쟁력을 사실상 상실한 셈이다.

이처럼 변동형 금리가 우위를 점해온 구도의 균열이 생기면서 고정형 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의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대출 중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차주의 비중은 앞서 언급한 지난해 5월(82.6%)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71%까지 하락한 변동금리 비중(신규 기준)은, 급기야 올해 1월 기준 53%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고정금리 비중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사상 첫 기준금리 빅스텝이 단행된 지난해 7월 18% 수준에 그쳤던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47%까지 급등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후에도 지속됐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조만간 공개될 지난 2월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50%대에 거의 근접하거나 이미 진입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금리경쟁력 우위를 점한 것이 비중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고정형 금리에 대한 차주들의 선호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변동 vs 고정, “상환계획 고려해 결정”

이같은 추세에 금융당국도 거들고 나섰다. 그간 업계 자율에 맡겼던 고정금리 확대 움직임에 당국이 직접 규제와 권고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장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을 올해 71%까지 높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68.5%) 대비 2.5%p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은행권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목적과 함께, 금융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고정금리 상품으로의 신규 가입 및 대환을 유도하라는 일종의 권고 포석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고정금리 활성화 정책과는 별개로 금융소비자들 스스로 자신의 대출 상황에 맞는 금리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법이란 설명도 나온다.

일단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상환기간이 긴 대출을 운용하는 차주들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반면, 단기자금을 염두에 둔 대출 차주들은 오히려 고정금리를 선택 후 이른 시일 내에 상환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는 상반기까지는 고정금리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고정형과 변동형 사이에서 적절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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