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 속 소방수 역할은 올해도 ‘현재 진행형’
유동성 공급 특명…‘건전성 관리’는 올해 최우선 과제
은행 이자에 치우친 수익구조 개편의 적기(適期) 평가도

계묘년을 맞이한 금융업계는 올해 '회색코뿔소(다가오고 있는 예상가능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과연 금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국내 금융과 경제 전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디자인. 김민영 기자.
계묘년을 맞이한 금융업계는 올해 '회색코뿔소(다가오고 있는 예상가능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과연 금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국내 금융과 경제 전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지난해 금융시장에 주어진 특명은 ‘구원투수’이자 ‘방파제’였다. 이미 어려움에 빠진 산업 주체들을 금융지원을 통해 ‘구원’하고, 예상 가능한 위기의 파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각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와 해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금융권은 위기에 처한 국내 경제 시장 전반에 호흡을 불어넣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위기 소방수, 이대로는 ‘불 만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금융권 자체가 적잖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해진 개인 및 기업 취약 차주들이 집행한 수백조원 규모의 가계‧기업대출은 여전히 깜깜이 안갯속에 갇혀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여파로 원금뿐 아니라 이자 상환까지 2년 넘게 미뤄지면서 이들 부채가 잠재적 부실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치솟고 있는 금리와 이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도 금융권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때 연 8%대를 터치하기도 했던 대출금리의 여파로, 국내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대출 잔액만 1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소위 ‘퍼펙트스톰’, 즉 복합위기가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당면 과제인 ‘리스크 관리’는 올해도 생존 나아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리스크 관리’가 외부요인에 맞선 금융권의 생존전략이라면, 금융권 내부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비(非)은행과 비(非)이자 부문 경쟁력 강화가 올해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금융업계는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우선 은행권은 특히 13년여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도래하는 등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대출 금리 또한 급등하면서 은행업계를 중심으로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뒀다. 증권사 역시 갑작스러운 주식시장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 이전까지, 주식거래 확대에 따른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밖에 카드, 보험 등 금융업권에서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과 이자 부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극복하자는 금융권의 오랜 과제는 지난해에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위기가 곧 기회’라고 강조했던 지난해 연초 신년 일성을 감안하면 다소 초라한 성과였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보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세한 만큼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방파제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일 것”이라며 “결국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개별 사가 아닌 금융업권 전반에서 공통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 및 금융업계 대표들. 사진. 은행연합회.
2023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 및 금융업계 대표들. 사진. 은행연합회.

복합위기 속 ‘리스크 관리’ 화두 될 듯

지난 3일 진행된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올 한해 공통 화두로 ‘리스크 관리’를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금융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언제라도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새해에도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실물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점검을 정교화하고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 금융사 대표로 참석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역시 “결국 리스크를 어떻게 헤지(Hedge)하고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이라면서도 “다만 리스크 관리 체계와 체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위기가 오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긍정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역시 위기를 위해 쌓아놓는 일종의 ‘충격 스펀지’, 충당금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그간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 놓은 만큼, 현 수준의 건전성으로도 추가적인 금융지원 등에 따른 리스크 확대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그럼에도 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규모가 매 분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중 적립한 충당금 합계는 8617억원이다. 이는 전분기(1조2724억원) 대비 약 32% 감소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3분기에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한 곳은 3139억원을 추가 적립한 KB금융이었다. 전분기(3312억원) 대비로는 5.2%가량 감소한 수준인데, 이 역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은 감소 폭이다.

이어 신한은행이 전분기(3582억원) 대비 30% 감소한 2506억원을 적립하며 뒤를 이었고 하나금융(2520억원→1722억원), 우리금융(3310억원→1250억원)이 각각 전 분기 대비 31.2%, 62% 감소한 충당금을 적립했다.

물론,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권고로 지난해 2분기에 계획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기저효과’라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은행채 발행 중단에 따른 자금조달 악화와 여전한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그리고 올해 추가적인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 조치 동참 가능성을 고려하면 결코 작금의 리스크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아직 안심할 수준의 충당금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실물경기와 조달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할 경우 정부 금융지원으로 이연되고 있는 금융권의 잠재부실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를 위한 업계 차원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도, 이같은 금융권의 건전성 위기가 발발한 기저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전보다 더욱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고, 실제로 아직 별다른 부실 징후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은행을 중심으로 잠재적 부실리스크가 현실화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수익구조 개편 ‘올해는 성공할까’

리스크 관리가 외풍(外風)에서의 건전성을 제고해줄 전략의 키워드라면, ‘비(非)의 장벽’을 허무는 것은 업계 내부에서부터 시작될 오랜 과제이자 숙제다.

그동안 금융업계에서는 이른바 ‘비(非)은행’ 그리고 ‘비(非)이자’로 분류되는 소위 ‘비(非)의 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했다. 특히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영업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발 이자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비이자 부문의 경쟁력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은행 및 이자 수익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2.5%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p 가량 커진 수치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의 금융시장의 환경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까지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자수익이 폭증한 은행계열사의 실적 비중이 예년 대비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비이자 이익’이다. 지난해 3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 내 은행 계열사가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약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6조1000억원) 대비 72%가량 급감한 수치다. 전반적 주식시장의 불황과 같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하는 추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비은행과 비이자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주요 금융사들은 비은행과 비이자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특히 이와 비슷한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2008년과 2009년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5조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이자이익의 감소세는 다소 심각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영업익 중 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무려 84.5%에 달했다.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비은행 부문의 기업 인수합병(M&A) 시도가 올해 ‘비(非)의 장벽’을 허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대다수 금융지주사가 공격적 M&A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금융권 내 M&A 시장에도 일부 알짜 증권?보험?카드사가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요 매물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M&A시장에서의 탐색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M&A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비은행 부문 기업들은 현재 기업가치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1년 대비 20%가량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해당 업황의 부진, 이에 따른 실적 감소가 전반적 가치 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된 탓으로 해석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카드, 보험, 특히 증권업권의 수수료 수익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이 비이자이익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비은행 및 비금융 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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