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끌어올리기 집중
현재보단 향후 인상 기조가 중요
채권시장 불황에 발행률 당분간 침체기

금통위 회의. 사진.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박민석 이상현 기자] 제2금융권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는 미국과의 격차를 고려해 이번에도 금리를 올렸지만 경기둔화 우려와 대출 이자 부담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며 자본 건전성이 대폭 좋아진 보험권에서는 이번 베이비스텝을 기점으로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드사·저축은행 업계도 기존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안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들도 현재의 인상폭보다 향후 인상 기조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을 쏟아냈고 채권 시장에 대한 변수 역시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지난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던 한국은행은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했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상승률이 같은 해 7월(6.3%)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이번 베이비스텝에 대해 예상된 속도 조절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1일부터 회계 방식이 새 회계기준인 IFRS17로 변경된 보험사의 경우 보유한 보험부채를 매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 관련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향후 준비금을 더 쌓아야하는 등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난 수년 간 보험업계가 저축성 상품 판매는 줄이고 보장성 상품 판매는 늘리는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부터 시작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등 여전사도 이번 베이비스텝을 예상해 운영 방향을 설정한 상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지난해 내내 이어졌지만 카드론·리볼빙·현금서비스 등 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이번 베이비스텝에 대비했다.

또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장기 CP를 발행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여전사들은 올해 경영 방향을 '생존'으로 잡고 수익성 강화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베이비스텝을 예상한 만큼 이미 준비는 되어 있지만 자금조달, 취약차주 관리 등은 올해 내내 숙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사진. 한국거래소.

증권가, 향후 인상 기조가 중요

베이비스텝을 미리 예견했던 증권가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베이비스텝으로 인한 증시 인상분은 선반영됐다는 것.

다만 이번 베이비스텝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금리 인상이 자금 경색을 유발하고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또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신호가 강하게 있을 경우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자금 경색 문제가 다시금 부각돼 한국은행의 이후 정책 방향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의 인상 우려와 함께 부동산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금리 인상에 국내 ESG 채권 불황 이어져

이번 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시장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률도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ESG 채권도 일반채권과 만기, 신용도 등 크게 차이가 없어 금리 인상과 같은 자본시장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ESG채권 중에서도 태양광, 감축설비 구매 등 친환경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녹색채권의 발행 규모는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10억달러(약 1조2450억원) 외화채 발행에 성공해 관심을 끌었던 지속가능연계채권(SLB)도 침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SLB는 기업이 설정한 ESG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고 사용처가 여타 ESG 채권보다 자유로워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9월 관련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도 발행 이력이 전무하다.

ESG투자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채권이 일반채권에 비해 금리가 특별히 낮거나 효익이 크지 않기에 금리인상 폭이 줄기전까지 ESG 채권이 활성화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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