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피플라이프 인수로 거대화
신한·KB 등도 보험업계 잡으려 통합
중소형 보험사, 보험사 편중화로 위기

지난 2일 통합한 KB라이프생명. 사진. KB금융그룹.
지난 2일 통합한 KB라이프생명. 사진. KB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계묘년 시작과 동시에 보험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생명보험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 보험사로 거듭났고 기존 보험사들도 투자를 이어가며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금융지주 1위를 노리는 KB금융과 신한금융도 합병을 통한 보험사 키우기에 돌입하면서 보험업계의 2023년은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험사의 수익성 기준이 바뀌면서 상품 출시 방향도 새롭게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초대형 보험사의 탄생이 대형 보험사 편중화로 이어지고 중소형 보험사들은 도태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생명보험사 23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0.3%(7478억원)나 줄었다. 반면 손보사 31곳의 당기순이익은 4조8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8785억원) 늘었다.

그간 손보사보다 실적 면에서 앞서던 생보사들은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에서 고전하며 최근 손보업계에 주도권을 내줬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보험 가입 인원 감소는 보험영업손익 악화로 이어졌고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자산 처분손익 감소 등으로 투자영업이익 역시 감소하며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는 물론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새로운 돌파구 모색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4월 제판분리에 성공한 한화생명은 지난 2일 GA업계 6위권인 피플라이프 인수 절차를 완료하며 2만5000여명의 설계사 판매채널을 구축했다.

이번 인수로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보유한 개인영업 분야의 막강한 영업력에, 피플라이프가 보유한 법인영업 전문컨설팅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단 포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보유한 개인영업 분야의 막강한 영업력에, 피플라이프가 보유한 법인영업 전문 컨설팅 역량이 더해져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오는 2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노린다. 지난해 IPO 계획을 밝혔던 교보생명은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합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는 MG손해보험이 꼽힌다.

이미 증권사와 인터넷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을 보유한 교보생명은 이번 손보사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사 '빅3' 자리를 견고히 다질 계획이다.

신한라이프의 가상모델 로지. 사진. 신한라이프.
신한라이프의 가상모델 로지. 사진. 신한라이프.

KB·신한도 인수·합병 통해 1위 탈환 경쟁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도 '게임체인저'로 보험사를 선택하면서 생보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21년 7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한 신한라이프를 탄생시켰다. 그룹 지원 아래 신한라이프는 합병 이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68조4156억원, 당기순이익 3480억원으로 업계 4위권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신한생명의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보험 분야가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의 성장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을 통해 리딩뱅크 자리를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최근 수장을 교체한 신한라이프는 옛 오렌지라이프 영업조직과 옛 신한생명 영업조직을 통합했고 영업에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3일 이영종 사장 취임식 격인 '팀 라이프 2023 발대식'에서는 '톱2'로 나아가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결합하며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은 차별화된 종합금융 솔루션을 통해 2030년까지 업계 3위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자산규모는 34조원, 당기순이익은 1600억원 정도로 신한라이프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KB라이프생명은 합병 시너지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탑티어 생보사를 향한 우리의 목표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 임직원들이 지난 9월 통합법인 출범을 100일 앞두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 임직원들이 지난 9월 통합법인 출범을 100일 앞두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푸르덴셜생명.

막대한 자본에 중소형 보험사 존폐 위기

다만 업계에선 이러한 초대형 보험사의 등장이 중소형 보험사에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 보험사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보험사 핵심 인력인 설계사들을 데려가면서 설계사 불균형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대형 보험사의 '혜택 퍼주기'로 인해 발생하는 가입자 이탈 역시 중소형 보험사들의 가장 큰 숙제다. 필요한 보장을 갖추고서도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가입자가 줄어드는 중소형 보험사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회계기준 변경도 중소형사에겐 어려운 문제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인식 기준 역시 바뀌게 되는 데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일수록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수익 감소 및 부채 증가 등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와 중소형 보험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된 보험사와 달리 중소형 보험사는 올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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