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그린손보 이후 11년 만에 공개 매각
잠재적 매각 매물 늘어나며 매각 경쟁
매각 작업 의외로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사진. MG손해보험.
사진. MG손해보험.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일부 중·소형보험사가 공개 매각 매물로 나오면서 보험업계는 물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금융지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 공개 매각은 지난 2012년 그린손해보험 이후 11년 만이다.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국내 보험사는 물론 동양생명, ABL생명 등 해외 자본의 보험사까지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사 간 지각변동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대내외 경기 악화, 매물의 건강하지 않은 경영상태 등으로 순조로운 매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또 공개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계약 해지 등 자금이탈도 막아야 한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의 공개 매각을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회계법인이 맡았으며 입찰은 오는 21일까지 받는다.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추진하던 매각 작업을 이어받은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의 매각 흥행을 위해 매각 방법으로 주식 거래뿐 아니라 자산과 부채 가운데 일부만 인수할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을 제시했다.

자산부채이전은 인수자가 매각 회사의 자산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해 인수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한 변동 사안이 없다면 이르면 상반기 내에 MG손해보험의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도 KDB생명을 매각하기 위해 다섯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1분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분기까지 KDB생명 지분 92.7%를 모두 매각한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6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KDB생명은 기업 매각 전문가라고 불리는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대표를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매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산업은행이 2014년부터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며 "준비를 최대한 진행하면서 오는 2분기 매각은 꼭 진행하겠다는 각오다"라고 말했다.

사진. ABL생명 유튜브.
사진. ABL생명 유튜브.

ABL·동양·악사 등도 잠재적 매각 매물

MG손해보험·KDB생명뿐 아니라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 중국 국유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다자보험들 역시 잠재적 매각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서 2021년부터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민영화가 진행되면 해당 보험사들의 매각이 추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악사손해보험도 프랑스계 악사그룹에서 국내 보험시장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시장 철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악사그룹은 지난 2020년 악사손해보험을 교보생명에 매각하려 했으나 인수가격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등장한 이후 2021년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대주주 특성상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언제든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각에 나선 보험사는 2~3곳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더 많은 보험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며 "재무 상태가 튼튼한 회사부터 금방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 흥국생명.
사진. 흥국생명.

보험시장 포화로 침체 가속화

다수의 보험사가 본격적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보험시장이 신규 가입은 줄고 계약 해지는 늘어나는 포화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 속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이탈은 보험업계의 침체로 이어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생보사의 해약환급금은 24조3309억원이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19조7332억원) 보다 약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해약했을 때 돌려받는 환급금이다. 중도 해지에 대한 페널티로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만 돌려받게 된다.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생활고로 인해 보험을 해약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보험계약도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생보사의 효력상실환급건수는 88만1382건으로 석 달 전 63만9766건보다 38%(24만1616건) 늘었다. 같은 기간 효력상실로 인한 환급금은 48%(3049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보험업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와 같이 대외적 금융환경 변화에 보험회사가 경영 여건상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매각을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매각 작업 지지부진할 수도…

보험사 매물은 점차 늘고 있지만 일각에선 보험 소비자 감소, 대내외적 경기 악화, 자본 건전성 등을 이유로 매각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매물로 나온 보험회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이 낮아 자본확충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인수기업의 부담을 안긴다는 점은 매각 흥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실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1.06%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216.2%를 크게 밑돈다.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57.75%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역시 크게 밑돌고 있다.

올해 신지급여력비율제도의 시행으로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업계 평균을 밑도는 경영 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DB생명의 매각 전망에 대해 "시중금리가 과거 대비 상승하여 사업 여건이 호전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되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주요 기업들의 반응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금융지주사들은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손해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어 참여 가능성이 낮고 우리금융지주도 보험회사보다 증권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수협중앙회도 보험회사를 인수하기보다는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공제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른 보험사 매물 역시 일부 해외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나 보험사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적극적임 참여는 불투명하다.

또 공개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계약 해지 등의 자금이탈도 막아야 한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본격적으로 매각을 진행하면 해당 보험사 고객들은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추후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으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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