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콜옵션 만기 규모 4조원
중소형사 콜옵션 후 자본 확충 사활
추후 변수 대비해 자본 강화 방안 필요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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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올해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규모가 4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환·차환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은 금리 상황과 자본 여력 등 대내외 여건에 따라 회사별로 갈릴 전망인 가운데,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점차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본확충 부담도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부터 시행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새 지급여력제도(K-ICS)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를 지켜본 대부분의 보험사가 올해 콜옵션을 앞두고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예정대로 상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까지 치솟은 보험사의 자본증권 의존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 만기되는 국내 보험사들의 콜옵션 규모는 약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2분기에 도래하는 콜옵션 물량이 2조1132억원가량으로 가장 많다. 특히 DB생명, 푸본현대생명은 이달 중 자본성 증권 상환기일 및 콜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한다.

보험사별로 보면 상반기 기준으로 후순위채는 DB생명(800억원), 메리츠화재(1000억원), DGB생명(500억원), 롯데손해보험(600억원), 신한라이프(2000억원) 순으로 콜옵션 만기가 돌아온다. 푸본현대생명(600억원)을 비롯해 한화생명(10억달러), DB생명(300억원), KDB생명(2억달러) 등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에 5년 뒤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단서가 붙는다. 5년 뒤 조기상환이 어려울 경우 기존 금리에 스텝업 금리를 얹게 되며 6개월 단위로 정해진 이자 지급일마다 추가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지난해 이슈가 된 흥국생명 사태와 이에 따른 후폭풍 등을 의식해 일단 조기상환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올해 가장 먼저 콜옵션 만기를 맞이하는 DB생명은 오는 13일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상환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가장 큰 규모의 콜옵션이 도래하는 한화생명 역시 상환 방침을 밝혔다.

푸본현대생명 등 일부 중소형사는 콜옵션 기존 문법에 따라 차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오는 5월 신종자본증권(2억달러 규모) 콜옵션 행사 방법을 놓고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콜옵션 이행은 확정했지만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부분의 보험사가 콜옵션 행사를 무조건 예정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흥국생명.
사진. 흥국생명.

중소형보험사 대부분 자본확충 필요

대부분의 보험사가 콜옵션 행사를 약속했지만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콜옵션을 행사가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형사들은 현금성 자산이나 이익잉여금 등에서 대체로 안정적인 자본 여력을 갖추고 있고 금융계열사들은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형사들은 올해도 자본확충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흥국생명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작년 11월 이사회를 통해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외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하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 업계 전반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금리 상승 등으로 보험해약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한 고금리 저축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 위주의 고금리 저축보험 출시가 최근에는 대형사까지 번지는 추세다.

또 중소형보험사들이 콜옵션을 위해 고금리로 차환 발행을 할 경우 향후 지급여력 수준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급 여력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비율로 수치가 낮아지면 기업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더불어 올해부터 IFRS17과 K-ICS가 시행되면서 현재가치에 기반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고 콜옵션으로 대규모 자금이탈이 일어나게 되면 보험사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보다 중소형보험사가 콜옵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콜옵션 이행은 하겠지만 추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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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자본성 증권 발행 부메랑 될 수도…

일각에선 작년에 선제적 자금 확충을 위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이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도 특히 중소형사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자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영구채,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자본확충을 했지만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이자 부담 문제 등으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중소형보험사들은 유동성 및 자본 비율 악화를 경험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만기와 조기상환 옵션이 있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보다는 보통주, 이익잉여금 등 양질의 보통주자본을 중심으로 자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보험사들의 콜옵션 행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향후 어떤 경제적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각 보험사 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보고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의 유동성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지만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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