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실적 상승하면서 보험료 추가 인하 논의

손해율 악화된 중소형 손보사는 어려운 상황 지속

사업 존폐 위기 속에 보험료 인하 동참엔 난색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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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실적도 상승했다. 국내 '빅5' 손해보험사의 경우 4분기를 빼고도 작년 한 해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실적 잔치'가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여론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5월 보험료를 한차례 내렸던 손해보험사들은 국민 부담을 경감하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보험료 추가 인하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들의 추이를 살핀 뒤 인하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손보사들과 중소형 손보사들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면서 중소형 손보사들에게 손해율 개선으로 인한 '실적 잔치'는 남의 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도 계속 이어지면서 사업의 존폐 여부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3조6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8392억원과 비교하면 29.1% 증가한 수치다.

빅5 손보사의 순익 합이 3분기 누적으로 3조원을 넘긴건 이번이 처음이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별도 기준, 나머지는 연결재무제표를 기준 실적이다. 작년 한 해 5개 사 순이익(연결 기준)이 3조3724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개 분기 만에 이를 8.7% 초과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만기가 2년 이상인 장기보험 손해율이 동시 하락해 실적을 견인했다"며 "8·9월 수도권 집중호우와 힌남노로 인한 손해율 악화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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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악화된 중소형사 보험료 인하 앞두고 '노심초사'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폭과 시기를 정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업계에선 6개월 전과 비슷하게 1%대 초반대에서 인하 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주요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지난 4~5월 1.2~1.4%가량 자동차보험료를 낮춘 바 있는데 보험사들은 손해율 추이를 고려할 때 이같은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소형 손보사의 경우 이번 인하의 동참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점유율 85~90%를 차지하며 보험료 수입이 늘고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을 회복할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MG손보·하나손보·흥국화재 등 중소형사의 경우 상위사에 비해 손해율이 높아 적자 구도에 놓여있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8~83% 범위로 보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형사의 경우 80%대 후반을 넘어 100%를 넘기도 한다. 작년보다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졌다.

회사 별로는 손해율을 살펴보면 MG손해보험(141.7%), AXA손해보험(108.5%), 흥국화재(102.4%), 하나손해보험(98.6%) 등 중소형사들의 손해율이 악화했다.

특히 전체 사업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하나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가면서 실적도 나빠졌다. 하나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적자는 211억원에 달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말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인보험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MG손해보험이나 흥국화재, AXA손해보험은 작년에 비해 손해율이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손해보험의 원데이자동차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의 원데이자동차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중소형 손보사 보험료 인하 동참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면 중소형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사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소형사가 사라지고 상위 보험사로 대부분의 고객이 몰리면 혜택이 줄고 보험료가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가입자가 많아 수입보험료가 늘어나면 손해율도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며 "고객이 늘지 않는 중소형사는 자동차보험사업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당장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보험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앞서 한차례 보험료를 낮춘 상태에서 보험료를 1%가량 더 낮추는 게 대형 손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와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없는 중소형 손보사들은 1~2% 인하는 결국 회사 전체로 봐도 타격이 크다"며 "일단 시장이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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