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우선 추진
중계기관에 심평원 제외되며 법안 처리 기대
소비되는 종이 크게 줄면서 ESG 경영 속도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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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국민 대부분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간소화(전산화)가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외됐고 2월 임시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중점 처리하기로 했다.

그간 의료계의 반발로 간소화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번 중계기관 선정을 계기로 빠른 법안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전산화를 통해 ESG 경영에도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다만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험 소비자들의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해 부분적 제도 도입을 추진해야된다고 지적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국민의 생활편의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등을 중점법안으로 정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보험사, 의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실소보험청구간소화 태스크포스(TF) 역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중계기관에 심평원을 제외하면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했고 보험업계, 의료계, 당국 모두 뜻을 모을 수 있게 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제도다.

현재 가입자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종이 서류를 따로 발급받은 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팩스·e메일·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정착되면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바로 청구할 수 있다.

보험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도지만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부터 13년째 결론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보험회사에 대한 민원이 의료계로 향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반대를 해왔다.

반면 보험업계는 의료계 반대 이유에 대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 심평원 등이 병원이 책정한 비급여 가격에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병원들이 자신들의 비급여 가격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TF의 결정으로 심평원이 평가 기관에서 제외되면서 올해 안에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간 의료계가 무조건적인 반대만 했었지만 이번 심평원 제외로 합의를 이루게 됐다"며 "국회에서도 빠른 처리를 약속한 만큼 올해 안에 법안 통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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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화로 보험사 ESG 경영도 속도

보험업계에서는 간소화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면 보험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ESG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본인부담금 통계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 현황, 보험금 청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5700억원인 데 반해 실제 지급 보험금은 36조8300억원에 그쳤다.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화됐다면 고객들은 차액인 74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 역시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종이를 없애는 '페이퍼리스' 시스템 정착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약 1억건 이상의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실손 청구서류 △진료비 영수증 등 최소한 4장 이상의 종이가 이용된다. 산술적으로 연간 4억장 넘는 종이가 실손 청구에 쓰인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우편발송을 할 경우 이용되는 봉투나 운송수단, 서류 창고 보관, 보험금 접수를 위한 교통수단 이용 등까지 감안하면 환경 저해 요소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데 간소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러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화되면 종이를 더욱 아끼고 사용하지 않게 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종이 절약이라는 환경적 요소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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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 도입 시간 걸릴 수도…

소비자와 업계 모두 간소화를 원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스템 도입에는 의료계, 보험업계의 협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되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선 가입 인원이 타 보험보다 많은 만큼 전산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계기관에 심평원이 제외되면서 관련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역시 빠른 제도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만 이뤄지면 그간 준비를 많이 해왔던 만큼 관련 시스템 구성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준비가 다 갖춰진 상황에서 의료계의 반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걸림돌이 없는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빠르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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