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산업 벗어나 디지털 전환
환경보호+비용절감 효과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숙제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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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지(人紙)산업이라 불렸던 보험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약관 등 구조가 복잡한 보험상품 특성상 매년 보험 관련 서류에 4억장 이상의 종이가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종이 사용을 줄이는 '페이퍼리스(Parerless)' 기조가 ESG 경영 및 디지털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이처럼 업무 및 서비스 과정에서 종이 사용을 줄이는 '페이퍼리스' 정책은 올해 보험사의 주요 ESG정책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올해 환경경영 캐치프라이즈를 'ESG 워너비, 삼성 라이프! 그린라이프!'로 정하면서 페이퍼리스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2030년까지 종이 사용량을 6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녹색 경영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고 전영묵 사장도 신년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위기 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업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며 본격적인 페이퍼리스 환경 조성을 위한 전사 차원의 친환경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구체적으로 내부 보고는 무조건 사내 이메일을 통해 해야 하고 회의도 자료 없이 빔으로만 진행하고 있다"며 "보험 계약도 청약부터 안내장까지 종이 없이 진행되는 프로세스인 '고객·현장 페이퍼리스+(플러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NH농협생명은 지난주부터 'QR코드'를 이용해 고객에게 약관 전달을 시작했다. QR코드를 이용한 약관 교부는 청약서에 인쇄된 QR코드로 고객이 직접 다운로드하는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방법이다. 고객은 청약서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자신이 가입한 보험 약관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최초로 문서 편철을 100% 폐지했으며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시켰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대부분 업무는 고객이 직접 모바일에서 어플리케이션이나 웹 창구를 활용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카카오 챗봇이나 채팅 상담 등 디지털 상담 서비스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생명도 2021년 말부터 대출 신청과 약정서 등의 종이 문서를 태블릿PC 전자 문서로 전환해 이용 중이다. 페이퍼리스 활성화 차원에서 종이 대신 전자문서를 이용해 주택담보대출 신청 고객들에게 0.1%포인트 할인된 금리를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전국 고객플라자 창구에 전자문서 업무 환경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페이퍼리스를 실천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미 디지털 영업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90% 이상 종이 없는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았다. 고객들은 전자펜으로 성명을 쓰고 서명만 하면 된다. 2021년 기준 장기보험 신계약 모바일 청약 비율이 96.4%에 달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창구 업무의 90여 종 서식을 모두 전자화해 종이 문서를 줄였고 창구에 마련된 터치모니터를 통해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신분증 진위 확인 등 절차에서 버튼 한 번 클릭으로 마무리돼 업무 속도도 빨라졌다. 현대해상은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500만장의 종이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DB손해보험도 모바일통지서비스를 장기보험에 적용 중이며 KB손해보험은 보험금 청구부터 해지까지에 필요한 54종의 서식을 모두 디지털화해 구축했다. 한화손해보험은 가입자들에게 모바일 알림톡으로 장기보험 증권을 전달하고 있다.

교보생명 고객플라자 창구. 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 고객플라자 창구. 사진. 교보생명.

ESG 경영+비용 절감 1석2조 효과

보험업계가 페이퍼리스 정책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페이퍼리스가 △환경보호 △비용 절감 △수익방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선 보험 계약 1건을 체결하는데 필요한 각종 서류만 A4용지 약 130장 정도로 알려져 있다. 페이퍼리스를 더욱 활성화하면 환경적 차원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페이퍼리스를 적극 권장하기 위해 인지산업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비대면 업무가 자연스러워지면서 문서 줄이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보험사들도 디지털 전자매체를 통해 영업을 진행하고 간단한 서류 업무 또한 디지털로 대신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보험약관 책자나 보험계약 증서를 일일이 보관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어디서든 쉽게 자신의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우편 등기와 달리 타인에게 잘못 전달되거나 분실 가능성을 최소화해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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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리스 위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급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험사들의 페이퍼리스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실손보험의 경우 청구 전산화가 도입되지 않으면서 아직도 많은 종이가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완전한 페이퍼리스 환경 구축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일일이 보험사에 전송할 필요 없이 병원에서 보험사에 전자문서를 직접 전달한다.

실제 지난해 손해보험사 기준 전체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건수 7944만4000건 중에 전산청구가 이뤄진 건은 9만1000건으로 0.11% 비중이다. 나머지 7935만3000여건은 우편, 팩스 등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이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일일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데 이러한 과정만 줄여도 종이 낭비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소비자 모두 청구 전산화를 원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환자 의료기록 유출과 정보 악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인 상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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