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우려와 달리 증가
중소형 보험사만 적자 규모 더 늘어
부채 중 퇴직연금 비중 크게 줄여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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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퇴직연금 대규모 '머니무브'에 보험사별로 상이한 성적표를 기록하게 됐다. 대형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늘었지만 일부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퇴직연금 해약이 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을 지키기 위해 역마진을 불사하며 고금리를 제시했던 중·소형보험사는 잇따른 해약으로 인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했지만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자금 이탈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전체 부채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형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17개 보험사가 보유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87조2197억원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지난해 3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77조6128억원이었다. 3개월 만에 무려 12.4%(9조606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39조427억원→44조6802억원), 교보생명(8조7406억원→10조7131억원), 미래에셋생명(5조6227억원→6조2038억원), 한화생명(4조8432억원→5조5489억원), 삼성화재(5조1411억원→5조8082억원) 등에서 크게 늘었다.

반면 퇴직연금이 현실로 다가온 중·소형 보험사는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특히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영업수지 적자는 1조6883억원으로 불어났다. 미래에셋생명도 일반계정 해약환급금은 6066억원에 그쳤지만 특별계정 해약환급금이 1조7090억원으로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해약이 크게 늘어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가 오르면서 물가도 올랐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유지하는 투자자들이 늘었지만 대체로 대형 보험사에 쏠리면서 중·소형 보험사의 퇴직연금 해약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린 신한라이프. 사진. 신한라이프.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린 신한라이프. 사진. 신한라이프.

대규모 이탈 예상에도 유동성 위기 초래

앞서 업계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퇴직연금 자금이 대규모 이탈하며 보험사가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보험사는 통상 퇴직연금 계약을 해지하는 가입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현금확보가 시급한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불사하며 금리를 올리고 고객 잡기에 나섰지만 '머니무브'는 이어졌다.

더불어 흥국생명·레고랜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채권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고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은행, 증권사의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는 투자자가 늘었다.

특히 롯데손해보험과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전체 부채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퇴직연금 '머니무브'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52%·9조2000억원), 푸본현대생명(49%·9조5000억원), IBK연금보험(32%·3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부 보험사의 경우 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율이 30% 이상"이라며 "회사 외형 대비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높아 대규모 유출 발생 시 대응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보험회사가 퇴직연금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업법 제53조 제2항(차입한도)을 한시적으로 위반해도 조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사는 오는 3월 31일까지 퇴직연금 특별계정에 의해 자산의 100분의 10의 범위를 초과해 차입하더라도 보험업법상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또 RP 발행 한도를 퇴직 계정의 10%에서 무제한으로 완화하는 조치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당국의 발표 이후 여러 보험사들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했다. 롯데손해보험은 기존의 단기 차입금 한도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렸고 삼성생명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신한라이프는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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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비중 줄이지 않으면 리스크 계속

당국의 규제 완화로 중·소형 보험사가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유동성 리스크로 인한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5% 이상의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이면서 경쟁까지 돌입하게 됐다.

계속된 퇴직연금 경쟁에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경쟁을 자제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8%대 이자율을 내세웠던 일부 증권사들은 판매 중단에 나서기도 했다.

또 단기차입금 한도는 늘렸지만 조건부자본증권 등 자본성 채권 추가 발행으로 이자 비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자산운용 재원 감소와 투자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금리를 올려 상품을 내놓는 것보단 총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중을 개선하는 식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제도도 새롭게 바뀐 상황에서 지금 중소형 보험사의 부채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줄고 이자 비용은 커지면서 보험사 존폐위기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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