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본격적인 대면 영업 돌입
GA·설계사 지원 통해 영업 극대화
빅테크 맞서 비대면 시스템 강화는 숙제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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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조금씩 풀리면서 보험사들도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사업비를 대폭 끌어올렸고 법인보험대리점(GA) 조직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대면 영업 강화에도 나섰다.

'보험 영업의 꽃'인 설계사 조직 강화를 위해 일부 보험사에선 경력직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정착 지원금을 늘렸고 영업력 향상을 위한 디지털 기술 개발 등 설계사 지원책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된 '포스트 코로나' 시국에 대면 영업을 늘리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근접 거리에서의 상담을 꺼리는 고객들 역시 아직 많기 때문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3곳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사업비는 6조8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003억원) 증가했다.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판매촉진비·점포운영비·직원급여·수금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비용 규모를 통해 영업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주요 생보사들의 사업비 현황을 보면 삼성생명이 1조5242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9168억원의 사업비를 사용했다. 교보생명은 신계약비와 유지비를 모두 늘렸지만 전체 사업비는 8465억원으로 3대 생보사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적었다.

지난해까지 생보사들은 사업비를 줄이며 '긴축 경영'에 나섰지만 최근엔 저축보험 판매 등 대면영업에 필요성을 인지하고 사업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9월 대비 한화생명의 신계약비 사업비는 8253억원에서 올해 1조228억원으로, 교보생명은 5653억원에서 6168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은 381억원에서 506억원으로 신계약비 사업비가 증가했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철저하게 해왔던 보험사 입장에선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생보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IFRS17이 도입되고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사업비 증가는 그런 영업 기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삼성화재.
사진. 삼성화재.

영업 강화를 위해 GA 키우기 본격 돌입

또 대형 보험사들은 업황 악화와 경쟁 심화 등에 대비해 영업 채널 강화를 위한 GA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최근 자회사 형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유상증자에 30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은 소속 설계사들의 영업환경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상품 판매에 나서는 보험설계사를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개선해 보다 나은 보험영업을 지원키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지난해 11월 자회사 형 GA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억원을 출자했다.

삼성생명의 출자는 외부 영업조직 영입을 통한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조직 확대와 영업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3월 200억원으로 신한금융플러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화생명도 대면 영업의 강점을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제판분리(보험 제조·판매 분리)에 이어 대형 GA를 인수해 설계사들을 늘리고 있다. 

최근 대형 GA인 피플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한 한화생명은 3개의 판매자회사(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를 소유하게 되면서 거대 보험 그룹으로 성장했다. 소속 설계사 조직도 총 2만5000여명 규모로 압도적인 업계 1위다.

더불어 한화생명은 설계사 규모를 더욱 늘리기 위해 경력직 설계사에 제공하는 정착 지원금을 직전 연봉의 40%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설계사 지원책에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영업력을 키워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최근 재무설계사를 위한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AI 기반 교육통합플랫폼(TIP)을 오픈했다.

미래에셋생명의 판매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도 지난해 말 보험대리점(GA) 영업 지원 시스템을 오픈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설계사의 판매 및 교육, 고객관리에 이르는 영업활동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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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중심은 GA…비대면 시스템 강화도 필수

대형 보험사들이 이처럼 설계사 조직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GA가 보험 판매채널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리점을 통한 신계약 건수는 207만3296건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한다. 설계사를 통한 신계약은 175만8853건으로 28.5%에 그쳤다.

여기에 올해 보험업계 전반에 '생존'이라는 경영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보험사들이 GA 채널을 대형화하면서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에 '박리다매' 형식의 영업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결국 인원이 많아지면 영업력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면 영업 확대가 비대면 시스템에 정착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비대면 보험 상품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 업계의 진출 역시 비대면 시스템의 확장에 도움이 됐다.

가입 조건과 상품 설계 자체가 복잡한 보험상품 특성상 보험설계사들의 대면 영업이 당장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점차 비대면 시스템의 신뢰가 보장되고 안정성이 추가되면 보험소비자들을 붙잡기는 힘들 수 있다고 꼬집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결국 많은 수의 설계사를 보유한 곳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비대면 시스템과 설계사 조직 확대를 동시에 가져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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