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보험 보험료·계약액 크게 감소
판매 줄자 생보사 유동성 경색 지속
저축성 대신 종신보험 판매 집중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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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저축성보험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저축보험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올해부터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생보사가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생보사가 저축성보험을 대폭 줄이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러한 저축성보험 매출 감소가 보험사의 유동성 경색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면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에 직면했던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축보험 비중을 줄이고 종신보험 비중을 늘려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지난해 10월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41억원으로 전월 대비 36.1% 감소했다. 지난 9월까지는 매달 200억~300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는데 10월 들어 처음으로 1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저축성보험 보유계약액 역시 같은 기간 422조3453억원으로 지난 2021년 9월말 445조604조원보다 5.1% 줄었다. 금액으로는 23조원에 이른다.

저축성보험은 보험료를 일정 금액 납부하고 만기 때 총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이다. 보험료가 높고 10년 이상의 가입 기간이 보장되면서 저축성보험 보유액은 생보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로 인해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히면서 생보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됐고 자본건전성 유지를 위해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보험료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저축성보험은 설계사를 통한 모집이 사라지고 주요 판매채널이 방카슈랑스로 일원화되면서 계약 건수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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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보험 내놓았지만 실적 악화

기존 보험 소비자들이 저축성보험에 등을 돌리는 것도 저축성보험 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가 인상되면서 저축성보험 해지가 늘고 가입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또 2010년대 초반 경쟁적으로 판매됐던 10년형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성보험 판매 저조로 인한 실적 악화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9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이에 일부 생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5년 만기 금리확정형 상품을 한화생명 5.7%, 교보생명, 5.8%, 푸본현대생명 5.9%, KDB생명 5.95%, 동양생명 5.95% 등에 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역마진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며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이자 경쟁도 멈추는 모양새다. 이에 다양한 상품 출시도 어렵게 되면서 저축성보험의 덩치는 계속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악화가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었던 자본성 증권(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지금 지급 등으로 감소되는 자본을 메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생보사들이 일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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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보단 종신보험 판매 집중

저축성보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보사에 대해 업계에선 저축성보험보다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해야된다고 조언한다. 저축성보험에 편중되어 있는 상품 판매 비중도 종신보험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저축성보험에서 역성장이 발생하고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금리만으로 경쟁하는 저축성 상품보다 장수와 조기사망 위험을 보장하는 연금보험, 종신보험 공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생보사들은 가입 부담을 낮춘 종신보험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IFRS17에서는 종신보험이 CSM(계약서비스마진) 높은 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시행 이후 보장성보험과 보장성 성격을 지닌 제3보험 판매를 확대하려는 생보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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