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현대해상 등 연이어 한도 축소
'부실 위험'·'풍선효과' 대비해 선제적 대응
저신용자·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 집중돼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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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금융권 대출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저축은행 등은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중단했고 대형 보험사들도 최근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다른 2금융권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이 보험사 약관대출로 몰릴 것을 대비해 이뤄진 선제적 대응이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의 돈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내에 한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들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된다고 지적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오는 3월 31일까지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출중계플랫폼에서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약관대출 판매를 중단한다.

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약환급금의 최대 95%에서 70%까지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이 연체돼도 신용도가 하락하지 않고 금리 또한 대출 대출상품보다 낮은 편이라 손쉽게 찾게 되는 대출상품이다.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단기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차주들이 주로 찾는다.

앞서 현대해상도 보장 해지환급금을 보유한 보장성보험 계약의 약관대출 한도를 잔존 만기에 따라 조정했다. 보험 만기가 동일한 계약인 전기납의 경우 △5년 이상 10년 미만 50% △3년 이상 5년 미만 30% △1년 이상 3년 미만 20% △1년 미만은 0%로 줄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대출 가능 비율 변경은 보장재원에 한해 진행된다"며 "보험계약대출건의 리스크관리 차원"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도 주요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문턱을 높인 바 있다. 삼성화재는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환급금 60%에서 50%로 낮췄고 신한라이프는 변액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95%에서 90%로 줄였다.

사진. 현대해상.
사진. 현대해상.

'부실 위험'·'풍선효과' 선제적 대응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한도 축소에 나선 이유는 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보험사 약관대출로 쏠리는 '풍선효과'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9조505억원을 1년 만에 1조1490억원(2.4%) 증가했다.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가 몰리면 취약 차주도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부실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이에 보험사들은 돈을 갚지 못해 보험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 것으로 판단하고 해지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약관대출은 이자 연체 등으로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이 늘면 해약률도 늘어나는 흐름이 지속됐다"며 "특히 손보사 상품들은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적립금도 줄어드는 형태라 이자 상환이 안 되면 원금손실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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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한 취약 차주는 한숨만

보험사는 취약 차주 관리와 쏠림 현상을 방어하기 위해 약관대출 한도를 줄였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차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미 대부분의 2금융권 금융사가 대출 막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취약 차주의 불만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약관대출 한도 조정은 보험사의 자율이라며 한도 조정 등의 조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꿀팁 200선'에서 보험 해지 전에 약관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볼 것을 안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한도 축소를 소비자에게 미리 안내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한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들에 대한 지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을 활용하는 취약 차주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차주들에 대해 금융상품 지원을 늘리거나 정책금융상품 지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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