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제도’ 신설‧확대해 책임경영 강화
미래성장 동력 확보위한 조직 신설도 눈길
비은행‧비이자 성장 위한 공격적 행보 예고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단행된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인사 및 조직개편의 화두는 ‘2인자’와 ‘신사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주요 금융지주사는 안정된 후계 구도와 책임경영, 사업 부문 강화의 일환으로 부회장 및 부사장 직을 더욱 확대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신사업 전담 조직 및 사업 역량 강화 지원 조직을 신설해 은행‧이자수익에 치우친 수익 구조의 다변화를 위한 조직개편에도 집중했다.

특히, 올해 지속된 고금리 기조로 역대급 이자 수익을 기록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이러한 흐름을 동력 삼아서비이자‧비은행을 포함한 신사업 강화 드라이브에 집중할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도 이러한 지주사의 인사 및 조직개편 움직임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계묘년’ 좌우할 올해 인사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부회장직 신설과 확대, 그리고 효율적인 신사업 개발 및 진행을 골자로 하는 연초 및 연말 인사 그리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금융지주사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보다 공고히 하고, 부문별 책임 경영 나아가 차기 회장 구도에서 더욱 안정적인 경영권 이양을 도모하기 위한 부회장직 신설 및 강화는 올해 금융지주사의 전반적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또 신사업 개발 및 기존 사업 동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화두 중 하나였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기조로 역대급 이자 수익을 기록하면서 매 분기와 매년 실적 기록을 경신했지만, 올해도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비이자’ 부문 강화라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이자수익이 예년에 비해 확대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소는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간 금융지주사들이 여전히 ‘비(非)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또, 올해 단행된 정권교체와 이에 따른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의 변화,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역시 금융사의 경영 전략 전반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라며 “올해의 불확실성이 내년에 다소 해소될 경우, 올해 단행된 인사 및 조직개편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과 차기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한용구 부행장. 사진. 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과 차기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한용구 부행장. 사진. 신한은행.

책임경영 강화에 부회장 ‘약진’

인사 부문에서 두드러진 포인트는 앞서 언급했던 부회장직 신설 및 강화다. 부회장직 신설은 최근 금융지주사의 인사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데 지배구조 강화와 안정적인 경영권 이양, 그리고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인사 방식으로 선호되는 모습이다.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3인의 부회장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부회장직은 없지만 지주사 회장 직속의 ‘부사장’직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우선 KB금융은 허인 개인고객 및 WM/연금부문‧SME부문 부회장, 이동철 글로벌‧보험부문 부회장, 양종희 디지털‧IT부문 부회장의 3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3인 부회장 채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의 경우 윤종규 현 KB금융 회장의 뒤를 잇는 ‘포스트 윤종규’의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이미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이 결정된 회장 선임 과정 당시 최종 4인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지성규 전 부회장의 공백과 함영주 회장의 선임 여파로 유지돼온 ‘1인 부회장’ 체제를 다시 ‘3인 부회장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디지털 부문에는 박성호 부회장(현 하나은행장), 글로벌 부문에는 이은형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를 배치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 부문에는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차기 하나증권 대표 내정자)를 선임했다.

김정태 전 회장 시절인 지난 2020년 부회장 체제를 수립한 하나금융은 함영주 경영관리부문 부회장, 이진국 국내사업부문 부회장, 이은행 국외사업부문 부회장을 각각 선임했다.

이번 하나금융 인사는 함영주 회장(사진)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첫 인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이번 하나금융 인사는 함영주 회장(사진)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첫 인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이듬해인 지난 2021년 3월 함영주(ESG)‧지성규(디지털)‧이은형(글로벌) 체제로 변화를 꾀한 하나금융은 이후 앞서 언급한 지성규 부회장의 바디프랜드 이직,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의 영향으로 이은형 부회장 ‘1인 체제’가 한동안 유지된 바 있다.

우리금융 또한 부회장직이 아닌 ‘사장 직’을 신설하며 책임경영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연초, 박 화재 우리은행 부행장을 사업지원총괄 사장으로, 전상욱 우리은행 부행장보를 미래성장총괄 사장으로 임명한 우리금융은 현재까지 이러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폭의 연말 조직개편은 아직 단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손 회장 연임 여부에 따라 조직개편을 포함한 변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은 아직 별도의 부회장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조용병 현 회장이 부회장직 신설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용퇴 선언’으로 부회장직 신설 또한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왼쪽부터)KB금융 부회장 트리오를 구축하게 된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현 부회장. 사진. 각 사.
(왼쪽부터)KB금융 부회장 트리오를 구축하게 된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현 부회장. 사진. 각 사.

경쟁력 강화 방점 찍은 조직개편

부회장직 강화 못지않게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조직개편이다. 기존 사업 부문 가운에 다소 경쟁력이 약한 부문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박성호 행장의 부회장 선임 과정에서, 박 부회장 산하에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를 신설했다. CGO는 Web 3.0으로의 변화 속에서 신사업 개척과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금융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KB금융지주는 그룹차원의 투자 및 자산운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M부문’과 ‘AM기획부’를 신설했다.

‘AM부문’은 전 계열사의 중장기 자산운용 정책 방향 수립을 지원하고, 고객 자산운용에 대한 성과분석 및 모니터링을 통해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역량 제고에 앞장선다. 해당 부문은 박정림 총괄본부장 겸 KB증권 대표가 맡아 책임경영도 한층 강화했다.

이밖에 △고객경험디자인센터 △테크혁신센터 등 전문가 조직도 신설해 디지털/IT분야의 지원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간 협업과 시너지 강화를 전담하는 ‘그룹원신한부문’, 그리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그룹신사업부문’을 신설해 지주사의 권한은 줄이고 계열사 간 협업 및 자율적 경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게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조직개편이 신성장동력 발굴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책임경영 및 사업별 전문성 강화, 나아가 경영전략 전반의 실행력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올해뿐 아니라 향후 금융지주 전략의 방향성도 이와 유사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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